제291장
나는 잠깐 침묵하다가 덤덤하게 고개를 저으며 확신에 찬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선배, 우리 사이는 이제 친구처럼 간단하지가 않아요. 이제 우린 각자 한 선택에 따라 각자의 길로 나아가야 해요.”
나민준이 고개를 숙이더니 내가 한 말을 고민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또 한참 지나 나민준이 다시 고개를 들더니 결심한 듯 말했다.
“선택은 존중할게. 친구가 될 수 없다면 각자 갈 길 가야지. 나도 내가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할 거야. 너도 그럴 수 있기를 바랄게.”
그 대답이 의외는 아니었기에 나는 덤덤하게 웃었다. 나민준은 야망 있는 남자라 현 상태에 만족하지 않고 늘 더 높은 목표를 추구했다. 나도 어쩌면 같은 사람이었기에 결국에는 친구가 아닌 경쟁자가 더 어울렸다. 나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내밀었다.
“꽃길만 가기를 바랄게요.”
나민준도 자리에서 일어나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나도 그 말 해주고 싶었는데. 늘 좋은 일만 생기길 바랄게.”
그렇게 우리의 만남은 끝이 났고 각자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나민준에겐 나민준의 인생이, 내게는 나의 인생이 있다. 원래는 영원히 만날 수 없던 평행선이 어렵게 접점을 이뤘고 그 접점으로 두 사람 모두 심한 마음고생을 겪었다.
기숙사로 돌아온 나는 간단하게 짐을 정리했다. 다른 룸메이트도 인턴이나 기타 이유로 기숙사를 떠난 상태였다. 기숙사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 숙소가 너무 텅 비어 있어서 그런지 내 마음도 허전하기만 했다. 다행히 이번에 내 손으로 기회를 따냈고 이루지 못했던 꿈도 이루게 될 것이다. 나는 순조롭게 정해놓은 소원을 하나하나 이룩하면서 모두가 인정하는 디자이너가 되기를 바랐다. 나는 모든 정보를 한번 머릿속으로 정리한 후 편히 잠이 들었다. 그러다 꿈속에서 할머니를 만났다. 꿈에서 본 할머니는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허리는 살짝 구부정했지만 온몸이 은은하게 빛났고 태양 아래 서 있는 할머니는 햇살을 듬뿍 받아 너무 부드러워 보였다. 나는 입술을 꽉 깨문 채 눈시울이 붉혔다. 이렇게 다시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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