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0장
나민준이 고명준과 손을 잡은 건 고명준이 더 많은 걸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나도 그만큼 줄 수 있었다면 나에게로 넘어왔을 수도 있다. 이게 바로 인성이었다. 선택 앞에서 사람이 얼마나 작아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러다 같이 진행했던 투자가 생각나 나는 잠깐 고민에 빠졌다. 돌이킬 수 없는 일은 일단 제쳐두고 이번 기회에 확실히 정산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전에 같이 투자한 거 수익이 조금 났잖아요. 괜찮으면 이 기회에 정산을 확실히 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서로 더 얽힐 것도 없을 것 같아서요.”
매몰차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나민준과 선을 그으려면 이렇게 하는 수밖에 없었다. 내 말이 너무 매정했는지 나민준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지더니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일에 그렇게 선을 긋고 싶다면 정산하는 거로 하자. 내일 전화줄 테니까 만나서 정산하는 걸로 해.”
나민준에게 계획이 있으니 나도 더는 아무 말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나는 해외 연수에 관한 일을 준비했다. 나민준도 우리가 전에 투자했던 프로젝트에 대해 명확히 구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튿날 나민준을 만나러 가보니 관련 데이터와 영수증, 그리고 서류들을 가지고 왔다.
“세밀하게 정리해 봤는데 세남구 프로젝트는 돈으로 가져가도 좋지만 계속 투자해도 좋을 것 같아.”
애초에 내가 투자한 돈은 많지 않았고 나민준이 대부분이었다. 만약 내가 세남구 프로젝트를 가져가겠다고 한다면 나민준에게서 벗어나기 힘들어진다. 나는 이를 악물고 한참 생각하다가 나민준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
“내가 참여한 프로젝트 모두 현금으로 줘요. 나는 돈으로 받고 싶어요.”
앞으로 수익이 더 좋아진다고 해도 나는 일단 지금만 생각하기로 했다. 새로운 나라로 가서 새로운 도시에서 발전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고 힘이 필요했다. 그러려면 제일 먼저 보장해야 하는 게 돈이었다. 적어도 돈은 문제없을 정도로 들고 가야 했다.
“만약 지금 물러난다면 많은 이익을 거두진 못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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