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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2장

범죄자를 도와 법률의 제재를 피하는 것도 일종의 범죄였다. 그들이 저지른 짓은 내 마음에 지울 수 없는 흉터를 남겼다. 나는 때가 되면 그들이 꼭 대가를 치르게 해주겠다고 다짐했다. 이렇게 말하면 할머니가 안심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할머니가 한숨을 길게 내쉬며 작은 몸으로 나를 꼭 끌어안았다. “나는 우리 강아지가 그렇게 힘들게 사는 거 싫어. 그냥 우리 강아지가 무사하게 하루하루를 보냈으면 좋겠어.” 할머니가 손을 내밀어 내 머리를 쓰다듬자 어릴 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 행복했던 유년 시절 할머니는 늘 의자에 앉아 있었고 나는 쪽걸상에 앉아 있었다. 그때 나는 몸집이 작아 귀엽기만 했고 할머니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내 옆에서 햇살을 만끽했다. 마당에서 자라난 오이와 토마토를 보고 있노라면 전원생활의 아늑함까지 듬뿍 느낄 수 있었다. 할머니는 주름이 자글자글한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빗으로 내 머리를 곱게 빗겨줬다. 할머니는 시간만 나면 내 머리를 예쁘게 땋아주셨다. 또래 여자애들이 머리를 땋은 걸 보면 내가 부러워했기에 할머니는 늘 공주 모시듯 나를 예쁘게 꾸며줬고 내가 원하는 게 있으면 그게 뭐든 최선을 다해 만족시켜 주려 했다. 내게는 태양과도 같았던 할머니는 이제 이 세상에 없다. “할머니, 다시 돌아오면 안 돼요? 난 할머니가 해준 계란찜 먹고 싶어요. 그리고 할머니가 해달라는 거 다 해줄게요. 할머니랑 좋은 시간 보내고 싶단 말이에요.” 나는 말하면 말할수록 감정이 북받쳐 올라 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눈물만 흘렸다. 그러다 딸꾹질하는 바람에 잠에서 깼다. 눈물이 얼굴을 적셔 다소 차가웠고 눈이 빨갛게 부어올라 살짝 따갑기까지 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로 나는 이렇게 현실감 있는 꿈을 꿔본 적이 거의 없었다. 할머니가 떠난 자리가 너무 컸다. 하늘에 있는 할머니도 내가 너무 보고 싶어 꿈에 나온 것 같았다. 순간 이 말이 떠올랐다. 누군가에겐 두렵기만 한 귀신이 누군가에게는 꿈에도 그리던 사람이라는 말 말이다. 나는 이곳을 떠나기 전에 이런 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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