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9장
나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애썼다. 갈기갈기 찢어진 마음에서 전해진 고통은 말로 설명할 수 없었다. 나는 고개를 들고 확신에 찬 표정으로 고명준을 바라봤다. 이대로 무너지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 할머니, 그리고 우리 가문의 존엄이 내 손에 달려 있었다. 그렇게 나는 차분함을 되찾았다. 너무 많은 일을 겪어서 그런지 내 멘탈은 다른 여자애들과 달랐다. 나는 고명준의 표정이 변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고명준의 얼굴에 걸린 웃음 말이다. 고명준은 정말 내가 어떤 성격인지 모르는 것 같았다. 같은 또래의 다른 여자라면 놀라서 온몸을 파르르 떨었을지 모른다. 이렇게 대단하고 힘 있는 사람 앞에서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고명준이 웃기 전에 먼저 웃음을 터트렸다. 눈빛에서 하찮음과 역겨움이 돋보였다.
“무슨 말씀을 하려는지 궁금했는데 고작 잘못 하나 시원하게 인정하지 못하네요. 이런 식으로 가스라이팅할 생각이나 하고. 설마 그 말을 듣고 제가 반성할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죠?”
나는 앞으로 팔짱을 끼며 승리자의 자태를 뽐냈다. 사실 아까 보여준 모습은 연기가 아니라 정말 고명준이 파놓은 함정에 빠질 뻔해서였다. 하지만 곧 정신을 차렸다. 인생 2회차인데 이런 작은 속임수에 놀아날 수는 없었다. 고명준은 이런 방법으로 내가 고분고분해지길 바란 것 같았다. 나를 그동안 장사하면서 만난 사람처럼 호락호락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내가 이런 반응을 보일 줄은 몰랐던 고명준이 멈칫하더니 차갑기만 하던 얼굴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올라왔다. 아마도 나처럼 연약해 보이는 여자가 어떻게 이렇게 굳건한 의지력과 민첩한 통찰력을 가졌는지 신기했을 것이다. 고명준은 기세를 다시 찾으려고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살짝 갈라진 목소리로 위압감을 조성하려 했지만 그 모습이 오히려 더 켕기는 게 있어 보였다.
“너... 너...”
고명준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내가 덤덤하게 웃었다. 마음은 이미 평정심을 찾은 뒤였다.
“왜 놀라지 않는지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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