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9장
거의 다 태운 담배는 재를 흩뿌리며 타들어 가다 결국 고명준의 손에 불씨를 튕겼다.
이에 고명준은 서둘러 담배를 바닥에 버렸다.
그는 서류의 내용에 상당히 많이 당황했는지 손에든 서류를 그만 바닥에 떨어트리고 말았다.
그때 창문으로 바람이 불어왔고 그 서류들은 마침 문 쪽에 있던 내 쪽으로 날아왔다.
그래서 나는 서류에 적힌 내용을 확실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
그 내용을 직접 두 눈으로 보게 된 순간 내 심장은 차갑게 식어버렸다.
역시 사람은 믿는 것이 아니었다. 특히 아무런 조건 없이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믿는다고 말하는 사람은 더더욱 믿는 게 아니었다.
나를 따라 출국하겠다고 했던 남자는 결국에는 나를 배신하고야 말았다.
나민준은 나에게서 얻은 증거를 내가 아닌 고명준에게 가지고 왔다.
분명히 밖은 화창하고 맑은 날씨였지만 나의 마음은 눈보라가 휘날리는 한겨울이 된 것처럼 차가웠다. 발끝부터 시작해 한기가 내 몸 전체를 감싸는 듯한 느낌이었다.
나를 속이려는 인간은 여전히 내 곁에 도사리고 있었고 마치 벌레들처럼 내 몸을 갉아 먹고 있었다.
아니, 내 몸뿐만이 아니라 그들은 내 영혼까지 갉아먹으려고 하고 있다.
나는 어쩌면 악인들에게 있어 호구 같은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다들 나만 보면 괴롭히려고 안달을 내니 말이다.
“자네가 이걸 어떻게 가지고 있는 거지? 이 머리카락은 또 누가 줬고? 이건 현장에 직접 들어가야만 얻을 수 있을 것일 텐데?”
그 말에 나는 바로 그가 거금과 인맥을 이용해 간신히 그 사건을 묻었고 그 누구의 방해도 없이 이지현을 출국시켰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명준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얼굴로 서류를 빤히 바라보았다.
철두철미하게 모든 걸 다 은폐했는데도 이런 증거가 나왔으니 이해가 가지 않을 만도 했다.
그는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이었다.
그 철두철미한 일 처리로 나는 증거 부족이라는 허망한 결과를 얻게 되었고 아무런 증거 없이 사람을 함부로 의심하는 막무가내인 사람으로 몰렸다.
나는 나민준이 내가 그에게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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