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0장
나는 아무런 결과도 없는 사랑의 감정에 내 존엄까지 내려놓았고 멋대로 사람들이 짓밟게 했다.
“하지만 회장님은 저한테 분명히 수아를 다치게 하지는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왜 차 사고를 계획하신 거죠? 수아는 그 일로 하마터면 영영 깨어나지 못 할 뻔했습니다.”
그 말에 나는 하마터면 눈물이 터질 뻔했다.
나는 꿋꿋하게 버티고 서 있다가 더 이상은 도저히 들을 자신이 없어 눈을 꼭 감았다.
어떻게 그 자리를 벗어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정처 없이 뛰고 있었다.
실망과 고통이 한꺼번에 덮쳐왔다.
사람들은 나에게 접근해 내 신뢰를 얻고 내 약점을 파악한 다음 가장 날카로운 칼로 나의 아픈 곳을 찔러댔다.
나는 정신이 나간듯한 얼굴로 밖으로 뛰쳐나온 후 드넓은 골프장을 바라보며 예전의 내 모습을 떠올려보았다.
고씨 가문과 엮인 일은 하나도 유쾌하게 끝난 적이 없었다. 그래서 떠올린 기억들도 모두 고통스러운 것 투성이었다.
당시 나는 고서준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술에 잔뜩 취한 고서준은 정신이 몽롱한 상태로 찬바람을 맞으면서도 나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려 하지 않았고 결국 그렇게 고집을 부리다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그 일을 알게 된 고명준은 내가 고서준과 이지현의 사이를 갈라놓은 것도 모자라 어렵게 얻은 고서준을 홀대한다며 나에게 눈이 펑펑 내리는 추운 겨울날 텅 빈 골프장에서 골프공을 주우라고 했다.
그 말에 나는 토 한번 달지 못하고 눈이 가득 내린 잔디밭에 무릎을 꿇고 눈과 하나가 된 골프공을 찾기 위해 애썼다.
새하얀 잔디밭 위에는 내 발자국밖에 없었고 눈은 점점 더 세게 몰아쳤다.
그렇게 얼마나 찾았을까 나는 온몸에 감각이 없어질 때야 공을 다 주워올 수 있었다.
공을 다 주워온 뒤에는 그대로 눈 위에 쓰러졌고 무거운 눈을 뜨며 다시 일어났을 때는 정신을 제대로 차릴 틈도 없이 고서준이 이지현을 찾기 위해 떠났다는 소식을 전해 들어야만 했다.
고서준은 내가 모욕을 당하고 제일 고통스러워했을 때 내 곁에 없었고 나에게 일말의 관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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