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장
그 빗물이 다른 사람한테 내려졌다면 싫증을 유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참을 토하고 위가 거의 다 비어갈 때쯤에야 속이 괜찮아진 느낌을 받았지만 어지럽기 그지없었다.
나는 룸으로 다시 들어가기 싫어 핸드폰을 꺼내 이만 집 가자고 정서현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래서 화장실에서 나와서도 밖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회전문 입구에 곧 도착할 무렵, 누군가와 부딪혀 본능적으로 사과하려고 했다.
“죄송해요. 괜찮으세요?”
상대방이 나무랄 줄 알았지만 전혀 그런 반응이 없었다. 고개를 들어 쳐다보니 나민준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다.
“내가 물을 소리. 수아 씨는 안 아팠어? 내가 괜히 복근을 키웠겠어?”
생뚱맞은 말이었지만 마음이 조금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래도 그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도련님께서 괜찮으시다면 이만 가보겠습니다.”
나는 말을 끝내자마자 갈 길을 가려고 했다.
“잠깐만.”
나민준이 나를 쫓아오더니 말했다.
“내 요구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
나는 머리가 어질어질해서 그가 했던 요구가 도무지 기억나지 않았다.
“그게 뭔데요?”
“내 여자친구가 되어달라는 말.”
나민준이 애정이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말했다.
“하염없이 사랑해 주고 아껴줄게. 그리고 절대 너의 말을 거역하지 않을게.”
그냥 시끄럽기만 했다.
나는 인내심이 부족한 표정으로 그만하라는 제스처를 했다.
“이렇게 느끼한 사람이라는 거, 다른 사람은 알아요?”
“하하하하. 걔들은 내가 이런 말을 해주길 원해.”
나민준은 입고 있던 겉옷을 벗어 나에게 걸쳐주었다.
“밖에 비와. 이대로 나갔다간 감기 걸릴 거야. 나한테 고마워할 필요 없어.”
그러면서 내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진심이야. 내 요구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
나민준은 멋있게 뒤돌아 이곳을 떠났다.
나는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머릿속이 복잡하기만 했다.
잠깐 생각하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누군가 내 팔목을 잡고 잡아당기는 것이다.
본능적으로 비명을 지르려다 익숙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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