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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장

나는 미간을 찌푸린 채 맥주병 입구를 쳐다보았다. 운명의 장난인지 저번 판에 벌칙 당한 사람이 바로 고서준이었고, 나한테 질문할 사람 역시 고서준이었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요 며칠 나한테 시비 거는 모습을 보면 분명 나를 난처하게 할 것이 뻔했다. 고서준을 사랑했을 때는 그가 난처한 상황을 만들어도 그것이 나에 대한 관심이라고 생각해 행복하기만 했다. 그러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머릿속이 복잡하기만 했다. 하지만 의외로 그는 아주 간단한 질문을 하는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 성씨가 뭐야?” 다른 사람이었다면 바로 대답했겠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이성적으로는 고서준을 멀리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한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은 짧은 시간 내에 깔끔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나의 침묵에 고서준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 이때 누군가가 말했다. “그렇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었어? 예전에 고서준을 죽어라 쫓아다닐 때는 언제고, 지금은 왜 그렇게 쑥스러워하는데?” 이 말에 웃고만 있던 이지현은 갑자기 표정이 어두워지고 말았다. 그녀의 시선은 나를 향하게 되었고, 그 시선에는 불만과 질투가 가득 차 있는 것 같았다. 나도 그녀를 쳐다보자 이지현은 나를 도와주는 척하면서 고서준의 팔짱을 꼈다.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수아도 자존심이 있지. 아니면...” 이지현이 눈알을 굴리면서 계속해서 말했다. “수아가 좋아하는 사람은 우리가 입에 오르내릴 수 없는 사람인가?” 이지현은 정말 나한테 누구의 여자친구라는 명찰을 달아주지 못해서 안달이었다. 고서준이 그렇게 사랑하고 좋아하는데, 이 정도로 경계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까? “얼마나 마시면 돼?” 나는 결국 벌칙을 선택하기로 했다. 고서준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여섯 병.” 맥주 여섯 병이라...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나 역시 술에 약했고, 위도 안 좋았다. 맥주 6병을 거의 다 마실 때, 위가 찌릿찌릿 아프기 시작했고, 이마에도 송골송골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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