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0장
고서준의 목소리가 들려와 나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미안해.”
고서준은 나를 바라보며 죄책감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고서준을 바라보았지만 마음속에 어떤 파동도 일지 않았다.
이젠 미워하지도 사랑하지도 않았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서준의 곁을 지나쳤고 고서준은 손을 뻗어 나의 소목을 잡았다.
“수아야, 나도 몰랐어. 일이 이렇게 될 줄 정말 몰랐어. 난...”
“고서준.”
나는 고서준의 말을 끊고 옆으로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고서준은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려고 애쓰고 있었는지 우산 손잡이를 움켜쥐고 있는 손가락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나는 시선을 돌린 뒤 고개를 들어 고서준의 눈을 바라보았다.
고서준은 한때 내가 가장 좋아했던 사람이다. 이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얼마 전만 해도 나는 고서준에게 흔들렸었다.
고서준을 사랑했고 그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를 수 없었다. 나는 고서준과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좋은 결말을 맞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었다.
나는 욕심을 냈고 자기 최면을 걸어 점점 무너져가 고집을 부렸다. 그 모든 사실이 내가 그와 얼마나 함께하고 싶었는지 말해주었다.
“앞으로 우리는 그냥 낯선 사람이야. 네가 다시 나를 마주친다면 그냥 돌아서서 가줬으면 좋겠어. 내를 봐도 모르는 척해줘.”
이렇게 말한 뒤 나는 고서준의 손에서 나의 손을 빼내려 했다.
그러자 고서준은 나의 손을 더욱 꽉 쥐었고 나는 아픔을 느꼈다.
“수아야, 나 이 손 놓고 싶지 않아.”
고서준은 내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연약한 톤으로 말했다.
“네가 놓기 싫어하면.”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네가 놓지 않으면 결국 아픈 건 나야.”
나의 말이 끝나자 손목을 잡고 있던 고서준의 손은 무언가에 덴 듯 떨리더니 잠시 후 내 손을 놓았다.
나는 우산을 든 채 고서준을 지나쳐 걸어갔고 뒤돌아보지 않았기에 고서준의 피가 흐를 정도로 붉어진 눈도 보지 못했다.
윤도하는 가사 도우미를 불러 아파트를 깨끗이 청소해 주었다. 우리가 문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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