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9장
다음 날 은산시에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할머니의 유골과 영정사진을 들고 정서현과 윤도하의 동행 아래 할머니의 마지막 길을 보내드렸다.
겨울에 내리는 비는 유난히 차가웠다. 마치 얼음 조각처럼 조금만 몸에 닿아도 가슴 깊이 아프게 스며들었다.
할머니의 비석이 세워지자 나는 그 옆에 앉아 손을 뻗어 만지려 했지만 왠지 모르게 두려웠다.
예전에 할머니는 따뜻하고 부드러웠지만 지금의 할머니는 차갑고 단단하다.
나는 눈을 감고 무릎 속에 머리를 파묻었다.
정서현은 나의 옆에서 우산을 받쳐주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수아야, 힘들면 그냥 울어.”
‘울라니?’
나는 울고 싶지만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비는 점점 더 세차게 내렸고 빗방울이 검은 우산을 두드리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은산시는 겨울에 한 번도 이렇게 큰비가 내린 적이 없었다. 마치 도시 전체가 어둠에 휩싸인 듯한 분위기였다.
“너희들 먼저 가 봐.”
나는 고개를 들어 정서현과 윤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틀 동안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워. 날도 추운데 먼저 돌아가 봐. 나는 조금 더 있을게.”
“수아야.”
정서현은 우산을 든 채 내 옆에 쪼그려 앉아 우산을 들지 않은 손으로 나를 꼭 끌어안았다.
“너 이러지 마. 네 옆에는 내가 있잖아. 나도 알아 내가 바보 같다는 거. 내가 걱정하고 상처받을까 봐 네가 많은 일들을 내게 말하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날 믿어줘. 내가 많이 부족하고 서툴더라도 널 끝까지 지켜줄 거야.”
정서현은 비석을 한 번 쳐다보고 나서 턱을 내 어깨에 얹었다.
내 몸은 추위로 얼어붙었지만 정서현의 품에서 약간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괜찮아.”
나는 손을 들어 정서현을 밀어내려 했지만 이때 목덜미에 뜨거운 눈물이 한 방울 떨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나의 손은 그대로 허공에 멈추었고 정서현은 하려던 말을 이었다.
“수아야, 너 잊었어? 우리 예전에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주기로 했잖아. 힘들고 슬프면 나한테 말해. 난 귀찮다고 생각하지 않을 거고 널 싫어하지도 않을 거야. 난 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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