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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장

“할머니, 제발 화내지 마시고 정신 차리세요. 네?” 나는 낮은 목소리로 할머니를 꽉 껴안고 말했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말하고 울어도 할머니는 더 이상 내 말에 대답하지 않으셨다. “할머니...” 나는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고개를 숙여 할머니의 어깨에 얼굴을 기댔다. “할머니, 제발 깨어나세요...” “수아 정말 돌아온 거야?” 정서현은 핸드폰을 쥐고 윤도하가 캡처해서 보낸 인스타의 사진을 보고 있었다. 나민준과 김수아 그리고 한 노인의 사진이었다. 사진 아래에는 적혀 있는 주소는 은산시 드림 아파트였다. “수아가 돌아왔는데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 정서현은 윤도하에게 전화를 걸고 화가 나서 부모님께 친구와 함께 새해를 맞이하러 간다고 거짓말을 한 뒤 서둘러 떠났다. 윤도하도 집에서 나와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네가 가족과 함께 명절을 보내지 않을까 봐 걱정돼서 오늘 지나고 내일 서프라이즈 해주려고 한 거 아닐까?” 정서현은 예전에 김정태가 이미영과 김수연을 데리고 외국에서 새해를 보내 김수아가 혼자 집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하지만 김수아는 정서현에게 사실을 알려주지 않고 오히려 집에서 진수성찬을 먹었다며 거짓말을 했었다. 그 뒤로 한 번은 정서현이 이 사실을 알고 김수아에게 집에 와서 함께 명절을 보내자고 하자 김수아는 거절하지 못하고 그날 오후 선물을 가득 사 왔다가 아예 모르는 곳에 혼자 숨어 은산시 이외의 문화와 풍경을 경험했다고 했다. “뭐 그럴 수도 있겠네.” 정서현은 대문 앞에 도착해 핸드폰을 들지 않은 손으로 패딩을 여몄다. “그럼 나도 이따가 만나면 수아한테 화내지 않을게. 너 나왔어? 밖에 너무 추워서 얼어 죽겠어.” 정서현의 말이 끝나자 윤도하는 빨간 람보르기니를 몰고 정서현의 앞에 도착했다. 정서현은 차 문을 열고 탄 뒤 가자라고 손짓하며 출발이라고 외쳤다. 윤도하는 그런 정서현을 힐끔 바라보며 사랑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차를 타고 가던 중 정서현이 먹을 걸 사러 마트에 들르자고 해서 두 사람은 길을 바꿔 마트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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