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2장
머릿속엔 순간 마트에서 우연히 마주친 고서준이 떠올랐다.
현관문을 열자 고서준의 얼굴이 그대로 시야에 들어왔다.
나는 본능적으로 문을 닫으려고 했으나 고서준은 힘으로 밀고 들어왔다.
그의 얼굴은 이상하리만큼 붉었고 술 냄새가 확확 풍겼다.
“나가.”
나는 다시 문을 연 뒤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고서준은 그런 나를 그윽하게 보았다. 꼭 욕망에 휩싸인 눈빛이었다.
그 순간 그가 갑자기 확 다가오더니 나의 입술을 거칠게 덮쳤다.
“고서준! 이거 놔! 개자식...”
“읍...”
나는 버둥거렸다. 말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고서준의 키스는 너무도 거칠었다. 꼭 나를 삼켜버릴 듯 입안을 탐하고 있었다.
비틀대며 고서준은 나를 데리고 거실로 왔다.
귓가엔 여전히 불꽃이 터지는 소리와 티브이에서 나오는 설 특선 방송 소리가 들려왔다.
고서준은 나를 소파로 밀어버린 후 점차 입술을 점차 목으로 가져다 댔다.
“수아야, 하고 싶어.”
나는 그를 밀어낼 수 없었다. 천장이 흔들리면서 어지럽더니 눈이 아팠다.
고서준은 두 손을 나의 옷 속으로 넣었다. 차가운 손이 살결에 닿자 저도 모르게 닭살이 오소소 돋아났다.
눈물이 눈가에서 흘러나왔다. 머릿속에는 전생의 기억들이 마구 떠올랐다.
순간 모든 것이 우습게 느껴진 나는 나도 모르게 웃음소리를 냈다.
내 몸을 마구 탐하던 두 손은 멈칫했다.
나는 나직하게 말했다.
“고서준, 난 겨우 너한테 진 빚은 갚았어. 근데 대체 왜 자꾸만 널 미워하게 만드는 거야?”
그 순간 내 목을 탐하던 그의 입술도 떨어졌다.
“날 미워한다고?”
고서준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어 무슨 말을 하는지 거의 알아들을 수 없었다.
나는 대답하지 않고 그저 천천히 눈을 감았다.
“만약, 만약 내가 누군가가 약을 탄 술을 마셨다면?”
고서준은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애원하는 눈길로 나를 보았다. 이상하게도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나는 고개를 돌려 욕망에 휩싸인 그의 두 눈을 보았다.
지금 그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나도 눈치를 챘다. 대충 이상한 것을 먹어 이 상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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