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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장

그들은 술을 한입에 털어 넣은 후, 삼삼오오 흩어져 나갔다. 순식간에 넓은 룸 안에는 고서준만 홀로 남았다. 그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사진 두 장을 이리저리 넘겨보면서 술을 연거푸 들이켰다. 그때 원래 청소를 위해 들어오려던 청소 아주머니를 이지현이 막아섰다. 이지현은 아주머니에게 지폐 몇 장을 건네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 “안에 누가 술에 취해 자고 있어요. 고씨 가문 도련님인데 자는 걸 방해받는 걸 싫어하거든요.” 청소 아주머니는 돈을 쳐다보며 잠시 망설였다. 이지현은 돈을 그녀의 주머니에 쏙 밀어 넣으며 말했다. “아까 방 안에 있던 사람들, 전부 대기업 상속자들이에요. 이런 건 여기 매니저도 다 아실 테니까 설명하면 이해할 거예요. 괜히 돈 있는 사람들 기분 상하게 할 필요 없잖아요?” 결국 돈의 유혹이 더 컸는지 청소 아주머니는 이내 조용히 물러났다. 이지현은 가방을 챙겨 화장실로 향했다. 흰 가루가 담긴 봉지를 꺼내 싱크대에 털어 넣어 물로 흘려보냈다. 한편 룸 안에서 고서준은 계속 술을 마시고 있었지만 어딘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분명 조금 전까지 적당했던 룸 안의 온도가 점점 더 뜨겁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얼굴은 이상하리만큼 붉어지고 눈빛도 몽롱해졌다. 고서준은 바로 누군가 자신의 술에 약을 탔다는 것을 눈치채게 되었다. 그는 핸드폰을 들어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운전 기사에게 연락했지만 그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룸의 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왔다. 고서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문 쪽을 보았다. 원래라면 집으로 돌아갔어야 할 이지현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그녀는 천천히 고서준에게 다가가더니 겉옷을 벗었다. “서준아, 왜 그래? 취한 거야?” 그녀는 매혹적인 표정을 짓더니 부단히 손으로 고서준의 몸을 쓸어내렸다. “감히 내 술잔에 약을 타?!” 온몸이 뜨거워졌다. 고서준은 자신에게 약을 탄 사람이 이지현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 “그게 무슨 소리야, 서준아. 혹시 몸이 막 더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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