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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장

이지현과 친한 여자 한 명이 다가와 겉옷을 벗어 이지현의 어깨에 걸쳐주었다. “입어, 감기 걸려.” 이지현은 평범한 가정 출신으로 이런 재벌가 자제들과 어울릴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고서준 덕분이었다. 중학교 때부터 고서준은 이지현을 자신의 친구들 사이로 데리고 다녔다. 덕분에 그들 모두 이지현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중 일부만이 그녀에게 호의적이었으나 대부분은 방관자에 가까웠다. 물론 그녀를 무시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어쩌면 아부하고 싶은 마음과 자격지심 때문인지 이지현은 이런 사람들 앞에서 웬만하면 거절하지 않았다. 그녀는 내키지 않았지만 결국 외투를 걸쳤다. “야, 그걸 왜 줘? 이지현은 고서준 때문에 일부러 이렇게 입고 온 건데 말이야.” 누군가의 한 마디에 룸 안에 있던 사람들이 웃음이 터졌다. 이지현은 속마음이 들킨 것 같아 얼굴이 새빨개졌지만 억지로 따라 웃으며 어색함을 감추려 했다. 이 짧은 해프닝은 룸 안의 신년맞이 열기를 식히지 못했고 이내 모두 다시 떠들썩해졌다. 고서준의 머릿속엔 여전히 온통 김수아뿐이었고 시끌벅적한 분위기와는 동떨어진 모습이었다. 이지현은 그에게 다가갔다. 마침 고서준이 나민준과 김수아가 함께 찍은 사진을 보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순간 질투가 두 눈에 서렸지만 이내 일부러 감정을 숨기며 놀란 척 과장된 어투로 말했다. “어머, 김수아가 나민준이랑 동거하나 보네?” 그러자 룸 안의 시끌벅적한 분위기는 다시 얼어붙어 버렸다. 누군가는 눈치껏 음악을 끄기도 했다. 반응이 빠른 사람은 얼른 인스타에 로그인한 후 게시물을 살펴보았다. 그들은 서로 마주 보며 눈치를 보았다. 다들 뭔가 ‘깨달은' 듯한 얼굴이었다. 몇몇 여자들은 그 게시글을 본 뒤 큰 소리로 중얼거렸다. “어쩐지 그렇게 서준 오빠한테 들러붙던 김수아가 갑자기 사라졌다고 했더니 다른 사람이 생긴 거였네.” “이런 사람일 줄은 몰랐는데. 그동안 이리저리 꼬리치고 다녔나 보네.” “내 말이! 정말 무슨 생각인지도 모르겠다고.” “세상에, 김수아가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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