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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장

나민준은 정말 쇼핑을 많이 했다. 우리가 마트를 나설 때는 두 사람의 네 손으로도 물건을 다 들 수 없을 정도였다. 겨우 물건들을 차 트렁크에 실었더니 나민준이 손을 휙 저으며 말했다. “마트 쇼핑은 끝났고 이제 해산물 시장에 가서 새우랑 킹크랩 좀 사자.” “안 돼요. 안 갈래요.” 나는 비닐봉지에 눌려 벌겋게 된 손바닥을 보여주며 말했다. “저 진짜 더는 못 들어요. 가고 싶으면 선배 혼자 가세요. 저는 택시 타고 집에 갈게요.” 마침 지나가던 택시 한 대가 보여 손을 흔들었더니 택시가 멈췄다. 하지만 내가 다가가기도 전에 누군가 잽싸게 먼저 탔다. “...” 나는 멍하니 그 자리에 얼어붙었고 나민준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한참 웃던 그는 내 옆으로 와서 나를 차 쪽으로 슬며시 밀었다. “알았어, 알았어. 오늘은 그만 가고 내일 가자.” 아파트로 돌아오니 이미 저녁 6시 반이었다. 사 온 물건들을 다 정리하자 나와 나민준의 배에서 동시에 꼬르륵 소리가 났다. 서로를 멀뚱히 바라보다가 나민준이 말했다. “내가 수아 씨한테 국수 요리 하나 해줄까?” “선배가요? 할 줄 알아요?” 나는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나민준을 쳐다봤는데 역시나 그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할 말을 잃고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며 소매를 걷어 올리고는 주방으로 향했다. “제가 할게요. 선배가 하면 저 진짜 식중독 걸릴까 봐 두려워요.” 내 말에 나민준의 눈이 반짝였다. “수아 씨가 요리도 할 줄 알아? 진짜 대단하다. 너무 멋지다. 짱이야.” 닭살이 돋을 정도로 오글거렸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칼을 집어 들고 그를 향해 차갑게 말했다. “나가든가 죽든가, 하나만 선택하세요.” 나민준은 목덜미를 만지작거리며 침을 꿀꺽 삼키더니 드디어 조용해졌다. 나는 요리를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간단한 집밥 정도는 만들 수 있었다. 그래서 토마토 달걀 볶음과 나물 김치를 준비했다. 밥상을 차리자 나민준은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이것밖에 없어?” “뭐라고요?” 나는 웃으며 그를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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