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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장

... 길이 막혀서 원래 10분이면 도착할 곳을 40분 넘게 걸려서야 겨우 도착했다. 마트 입구는 사람이 꽉 차 있었고 길가의 주차 자리는 물론 지하 주차장마저도 만차였다. 나민준은 나에게 먼저 내려서 마트 입구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나는 기다리기 싫었지만 나민준은 거절할 틈도 주지 않고 차를 몰고 사라져 버렸다.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을 피해 상대적으로 한적한 곳에 자리를 잡고 기다렸지만 이내 물건을 사고 나오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나처럼 차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다시 자리를 옮겨 한적한 곳을 찾았는데 갑자기 누군가 뒤에서 나를 밀쳤다.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나는 잠시 휘청였지만 곧바로 자세를 잡았다. 밀치고 사과한 사람이 어디 있는지 확인도 하기 전에 주위 사람들은 이미 또 다른 사람들로 바뀌어 있었다. 그 순간, 나를 향하고 있는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니 고서준이 검은색 벤츠 옆에서 차 문을 잡고 서 있었다. 막 도착한 건지 아니면 가려던 참인지 알 수 없었다. 눈이 마주치자 그의 눈에는 내가 읽을 수 없는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지난번 다투고 나서 고서준을 다시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는 한층 야위었고 창백한 얼굴에 피곤이 가득했다. 검은색 패딩을 입은 모습이 차갑고도 외로워 보였다. 무심코 그의 상처 부위를 보았지만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었다. “수아야.” 그가 다시 내 이름을 불렀지만 나는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그저 입 모양만 알아챌 수 있었을 뿐이다. 나는 아무런 감정 없이 시선을 돌렸다. 마침 나민준이 돌아왔다. “여기서 뭐 해? 마트 안에 있으면 따뜻한데 왜 여기서 추운 바람 맞고 있어?” 나민준은 말이 많아 나는 그를 째려봤다. 그가 여자가 아니라 남자로 태어난 것이 평생의 실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여자였다면 분명 자상한 주부감일 텐데 말이다. “헤헤, 그렇게 노려보지 마.” 나민준은 곧바로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바뀌며 오른손으로 내 어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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