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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장

반년 전, 은산 고등학교의 한 여학생이 고백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상대방이 이상한 소문을 내는 바람에 사람들의 삿대질을 받았어야 했고, 결국 생을 마감하는 선택을 하기도 했다. 그런 일이 있었어도 사람들은 벌써 잊은 것 같았다. “너랑 무슨 상관인데?” 정서현이 이지현을 째려보면서 말했다. “왜 그렇게 뭐든 알려고 해?” 이지현은 곧바로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난 아무런 악의도 없었어. 왜 나한테 성질내는 건데?” 나는 이지현의 당당함에 어이가 없었다. “자기가 한 말에 책임져야지.” 나는 머리를 뒤로 넘기면서 이지현을 쳐다보았다. “아무 근거 없이 소문을 퍼뜨리면 명예 훼손죄로 고소할 수 있다는 거 몰라?” 이지현은 나를 쳐다보면서 주먹을 꽉 쥐었다. 나는 그녀를 신경 쓰지 않고 정서현을 내 자리로 끌고 갔다. 우리가 지나가는 자리에는 고서준이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책상에 앉아 한 쪽 다리를 옆 책상에 올려놓고 있었다. 그의 앞으로 다가선 나는 비켜달라고 하려다 그의 눈동자를 유심히 쳐다보게 되었다. 내 착각인지는 몰라도 그의 눈빛은 복잡미묘했고 감정을 억제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는 곧 자리를 비켜주었고 나랑 정서현은 자기 자리에 가서 앉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담임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왔다. 교단에 선 담임선생님이 웃으면서 말했다. “얘들아. 좋은 소식 알려줄게. 은산시 이과 1등과 2등이 전부 우리 반에 있어.” 담임 선생님의 말이 끝나자마자 애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헉! 우리 반 장난 아닌데?” “누군데요?” “선생님, 얼른 알려주세요. 그 대단한 사람이 누군지.” 담임 선생님이 실실 웃으면서 말했다. “1등은 당연히 우리 고서준 학생이고, 2등은...” 담임 선생님이 일부러 뜸 들이자 학생들이 재촉하기 시작했다. “2등은 김수아 학생. 총점 413.5점을 맞았는데 고서준 학생과 1.5점밖에 차이 나지 않아.” 담임 선생님의 말이 끝나자마자 학생들은 또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나랑 가까운 곳에 있는 누군가는 심지어 이렇게 말했다. “말도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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