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제13장

수능이 끝나서 긴장이 풀리면서인지 그날 저녁으로 고열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입학 통지서를 받기 전날에야 회복되는 느낌이었다.` 수능성적이 나오는 날 저녁, 온라인으로 성적을 검색해 보았더니 450점 만점에서 413.5점을 맞은 것이다. 경성 대학교 입시 커트라인보다 무려 30점이나 더 맞은 것이다. 나는 이 결과가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악몽에 시달리던 나날들이 그제야 달콤한 꿈으로 뒤바뀌는 느낌이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일어나자마자 학교에 갈 준비를 했다. 정서현은 수능이 끝나자마자 부모님과 함께 해외여행을 떠났다. 우리 둘은 열 며칠이 지나서야 학교 앞에서 만났다. 단발머리로 자른 정서현은 브라운 염색까지 했고, 코스프레 의상까지 입고 있어 마치 만화를 뚫고 나온 여주인공처럼 변신해 있었다. 정서현은 나를 보자마자 기쁜 마음에 달려와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수아야. 정말 보고 싶었어. 내가 마이애미에서 선물을 엄청나게 샀단 말이야. 이따 입학 통지서를 받고 우리집에 와서 가져가.” 포옹을 받은 나는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그래.” “그럼 그러기로 약속해.” 정서현은 나의 손을 잡고 흔들거리면서 말했다. “우리 못 본 지도 오래됐는데 살이 쪘는지 빠졌는지 어디 한번 봐봐.” 그러더니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왜 약해진 거야? 밥 제때 안 먹었지?” 엄마 흉내 내는 정서현의 모습에 나는 피식 웃으면서 그녀를 끌고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며칠 전 너한테 말했잖아. 감기 걸린 바람에 식욕 없어서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고.” “아, 맞네.” 정서현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마치 불량배처럼 나의 턱을 잡고 말했다. “그런데 예뻐진 것 같은데? 너의 미모에 취해 성적 취향마저 바뀔 것 같잖아.” 정서현이 오버하자 나는 그녀의 손을 뿌리치면서 말했다. “거짓말. 어제는 남자 아이돌을 위해 애까지 낳겠다고 하더니.” 그렇게 우리 둘은 장난을 치면서 교실로 향했다. 이제는 고등학생이 아니라서 그런지 애들은 이 짧은 열몇 일 동안 다른 사람으로 변해있었다. 정서현과 함께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애들은 일제히 우리를 쳐다보면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미간을 찌푸리고 있을 때, 이지현이 방정맞게 나를 향해 걸어왔다. 이지현도 많이 변해있었다. 흰 원피스에 긴 생머리, ‘헉’소리가 날 정도의 미모는 아니었지만 청순해 보였다. 그녀는 내 곁으로 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웃으면서 물었다. “수아야, 너 나민준 도련님을 만난다면서? 언제부터 만난 거야? 뭐야, 의리도 없이. 나민준 도련님이랑 만나기로 했으면서 왜 우리한테 말하지 않은 거야? 굳이 비밀로 해야겠어?’ “수아야.” 이지현의 목소리는 높지 않았지만 마침 다른 사람들에게 들릴 정도였다. “네가 먼저 나민준 도련님을 쫓아다녔다면서? 진짜야?” 이지현의 말은 오해를 사기 쉬웠다. 전에는 고서준을 그렇게 죽어라 쫓아다니더니 갑자기 나민준과의 스캔들까지 나면 누가 봐도 나 김수아라는 사람이 별로라고 생각할 것이 뻔했다. 나쁘게 말하면 내가 행동거지를 잘 못하는, 마음이 갈대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만약 내가 남자였다면 이런 소문이 돌아도 별로 큰 영향을 받지 않았겠지만 문제는 내가 여자라는 것이다.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