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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장

“감사합니다. 사적으로 잘 해결하면 될 것 같아요.” 나는 경찰이 건넨 서류에 서명한 뒤 심문실을 나섰다. 솔직히 사법 절차는 너무 복잡해서 이런 사소한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싶지 않았다. 경찰서에서 나온 이후 나는 학교에 소문이 쫙 퍼졌다는 사실을 알았다. 캠퍼스를 걷는 동안 여러 시선이 나를 따라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욕먹을 사람은 내가 아니었고 곤란해질 사람은 따로 있었으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 학과 조교가 나를 사무실로 부르더니 여전히 엄격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늘 일로 많이 힘들었죠? 학교 측이 전교생들 앞에서 이지현 학생에게 경고를 줄 예정이지만 동시에 이 사건이 더 이상 크게 번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어요.” 나는 순진한 척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하지만 아까 말씀하셨잖아요. 이지현 학생이 저한테 사과하게 하겠다고요. 전교생들 앞에서 하는 경고는 당연히 이지현 학생이 받아야 할 처벌이지만 저는요? 오늘 억울하게 누명을 썼는데요? 전 이지현 학생이 저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길 원합니다.” 내가 진지한 말투로 묻자 학과 조교는 잠시 말문이 막힌 듯 당황스러워했다. “그... 그건 제가 다시 이지현 학생과 학교 측에 논의해 볼게요. 분명히 수아 학생이 납득할 만한 답을 줄 수 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사무실을 나서며 문을 닫았다. 학과 조교의 눈빛이 나를 뒤쫓았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기숙사로 돌아와 시간을 보니 이미 저녁 9시였다. 오늘 하루가 너무 피곤했고 내일은 또 앨런 작업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기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한편 고서준은 오늘 일에 대해 상세히 듣고 난 뒤 길을 가다 이지현에게 가로막혔다. “서준아, 나 좀 도와줄 수 있어? 나... 지금 곤란한 일이 생겼어.”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로 이지현은 말했다.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이 고서준은 그녀가 말하는 일이 무슨 일인지 짐작 가능했다. 그는 귀찮다는 듯 말했다. “내가 왜 도와줘야 하지?” 그러자 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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