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화
강씨 가문 거실에는 강승태가 입고 있던 옷이 찢어져 안에 들어있던 오리털이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문이 열림과 동시에 바람이 불어와 오리털이 휘날렸다.
강승태는 바닥에 누운 채 초점 없는 눈으로 문 쪽을 응시하고 있었고 바지는 찢어진 채 보기 흉한 핏자국이 드러났다.
박민정은 울부짖으며 강승태를 일으키려고 여러 번 시도했지만, 키도 크고 몸도 무거웠던지라 힘에 부쳐 결국 주저앉았다.
때리느라 지친 강주혁은 계단 입구에 앉아 담배를 피웠다.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올라 그의 얼굴은 옅은 안개 속에 감춰진 것 같았다.
이때, 윤정아가 핸드백을 던져놓고 거실로 들어가며 말했다.
“숙모, 우리 둘이 함께 한 쪽씩 잡고 소파로 옮겨요.”
두 사람은 힘을 합쳐 강승태를 소파에 눕혔고, 윤정아는 강승태의 상처를 처치하도록 의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강승태를 안정시키고 난 뒤 박민정은 화가 치밀어 강주혁한테 다가가 소리를 질렀다.
“강주혁 씨, 이번엔 정말 선을 넘었어요!”
박민정은 눈물을 글썽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동안 당신은 일밖에 모르고 살았잖아요. 집안일은 손도 안 대고 심지어 당신 신발 한 켤레 양말 한쪽까지 내가 챙겨줬어요! 아버지로서 해야 할 일은 하나도 안 했으면서 승태가 별것도 아닌 말을 좀 했다고 이렇게 애를 혹독하게 때려야 했어요? 당신은 지금 승태를 혼내고 싶은 거예요. 아니면 내가 승태를 잘못 가르쳤다고 이제 와서 아빠 노릇을 하려는 거예요!”
말하면 할수록 감정에 북받친 박민정은 눈물을 흘리며 울부짖었다.
강주혁은 담배꽁초를 바닥에 버린 뒤 발로 비벼끄며 말했다.
“민정아, 승태가 한 말은 별것도 아닌 말이 아니야. 안시연이 마지막에 했던 경고는 경종 같은 거였어.”
이 자리까지 오느라고 너무 힘들었던 강주혁은 청렴했던 자신의 정치 경력에 아들 때문에 오점이 생기는 걸 원치 않았다.
강승태가 장풍 그룹에 실습생으로 간다면, 누군가 그걸 문제로 삼을 것이 뻔했다.
어린 나이에 부국장까지 올랐다는 이유만으로도 뒤에서 수군대는 이들이 있었지만,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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