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5화
그는 달빛을 따라 걸으며 수선정으로 향했다.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 은은한 오렌지빛 조명이 새어 나오는 작은 저택,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마치 비밀스러운 숲 속 정원 같았다.
2층의 암막 커튼은 또 내려져 있지 않았다.
하얀 레이스 커튼 사이로 희미한 백색 조명이 새어 나와 주변의 조명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 작은 저택 안에서 그 불빛은 유독 특별해 보였다.
박성준의 입가가 살짝 올라갔다.
‘분명 또 스탠드를 켜놓은 채 잠들었겠네.’
그는 곧장 안으로 들어가 계단을 올라가 방 앞에 섰다.
예상대로였다. 침대 위 면 소재의 잠옷을 입은 안시연이 책을 펼친 채 손을 올려둔 모습으로 잠들어 있었다.
이불은 발밑으로 밀려 있었고 두 다리가 그 위를 억누르고 있었다.
희고 부드러운 맨발이 공기 중에 드러나 있었는데 양말도 신지 않은 상태였다.
장지현의 말로는 임신한 사람은 체온이 평소보다 조금 높아 겨울에도 크게 춥지 않다고 했다.
술냄새가 아직 사라지지 않았고 연회장 냄새까지 몸에 배었기에 그는 침대에 가까이 가지 않고 발길을 돌려 드레스룸으로 향했다.
샤워기에서 떨어지는 물소리는 창밖 시냇물 소리와 섞여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샤워를 마치고 난 박성준은 몸에서 샴푸와 바디워시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채로 편안한 실내복으로 갈아입었다.
그 후 손톱깎이 세트와 요오드액, 면봉, 그리고 휴대용 스탠드를 준비한 뒤 침대 끝의 의자에 앉아 안시연의 발을 살폈다.
왼쪽 엄지발가락이 오른쪽보다 확실히 더 붉었다. 겉보기에는 깎은 흔적이 있었지만 깊이 자르지는 않아 완전히 처리되지 않은 상태였다.
안시연은 너무 피곤했던 탓인지, 자면서도 발끝에서 전해지는 따뜻한 감각에 편안함을 느꼈다.
“음~”
알지도 못한 채 새어 나온 만족스러운 탄성이 입술을 타고 흘러나왔다.
박성준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지만 그녀가 깨는 기색이 없자 다시 작업에 집중했다.
반쯤 잠에 들었던 안시연은 간지러운 느낌이 들었다.
꿈결에도 의식이 조금 남아있어 자기 전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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