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화
기우연은 거대한 통창 앞에 서서 자신이 구상한 대형 프로젝트를 열정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세상을 손안에 쥐려는 듯한 기세, 마치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듯한 기개가 넘쳤다.
반면 박성준은 그 모든 열변을 뒤로하고 핸드폰 화면을 일정한 리듬으로 톡톡 두드리고 있었다.
그렇게 3분이 흘렀고 더 이상 기다릴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박성준은 일사천리로 영상 통화를 끊고 바로 전화를 걸었다.
한창 프레젠테이션을 이어가던 기우연은 여전히 저 아래에서 성대하게 진행 중인 연회를 보며 성공하면 축하 파티를 열 거라고 속으로 다짐했다.
“연극영화과, 영화학과에서 매년 얼마나 많은 졸업생이 나오는지 알아? 신인들은 대본조차 못 잡아. 그런데 내 숏폼 드라마는 그런 친구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다고! 아무도 숏폼 드라마 시장에 뛰어들지 않는 지금, 내가 개척자가 되는 거라고!”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숏폼 드라마가 영화 예술을 모욕하는 것이라며 극구 반대했고 성립 엔터에서 그런 사업을 벌이는 건 회사 명성에 먹칠하는 짓이라며 강경하게 나왔다.
결국 그는 독립적으로 나와 투자 유치를 시작해야만 했다.
박성준은 사업 감각이 뛰어난 인물이자 둘도 없는 형제 같은 친구 었기에 당연히 같이 성공해야 했다.
기우연이 흥분된 표정으로 몸을 돌렸지만 박성준이 전화를 걸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순간 얼어붙었다.
‘이건 내 프로젝트를 모욕하는 수준인데?’
“성준아... 아니, 형님! 내 말 좀 들어봐. 대체 누구한테 전화하는 거야?”
“조용히 해.”
박성준의 차가운 표정에 기우연은 입을 꾹 다물었다.
“아니, 대체 누구야? 돈 버는 프로젝트보다 더 중요한 사람이?”
박성준이 날카로운 눈길을 보내자 기우연은 입을 꾹 닫고 손으로 OK 사인을 보냈다.
한편 안시연은 엄지발가락을 붙잡고 고심 중이었다. 발톱이 살을 파고들어 제대로 된 각도를 잡아야만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그때 희미하게 휴대폰 벨소리가 들려왔다.
동작을 멈추고 귀를 기울이자 확실히 전화가 울리고 있었다.
‘박성준 전화겠네.’
길게 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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