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화
박성준은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 집에 가서 쉬겠다는 내색도 없이 그저 벽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고 있었다.
복도에 앉아 있는 안시연은 간호사들이 병실을 돌며 환자의 체온을 재는 것을 지켜보았다.
청소부는 바닥을 닦고 소독하며 재떨이에 담긴 담배꽁초를 쓰레기봉투에 버렸고 과의 의사와 간호사들도 하나둘씩 출근하기 시작했다.
안시연이 엄마의 퇴원 수속을 밟겠다고 하자 우 선생이 한마디 했다.
“9시 반 이후에 1층 로비에서 계산하면 돼요.”
다들 이렇게 될 거라고 예상하고 있는 듯했다.
송도원에 살고 있는 박현석은 아침에 백진이 홍선당을 꾸미기 위해 인원을 추가한다는 말을 듣고서야 지난밤의 일을 알게 되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병원이 어떻게 자기 이익을 위해 이렇게 할 수 있지? 의사의 월급이 실적과 연결된다면 고급 의약품 판매원과 다를 바가 없잖아!”
나이가 든 백진도 예전만큼 건강하지 못했기에 가벼운 감기는 흔한 일이었다.
감기 한 번에 6만 원에서 10만 원짜리 감기약을 처방받은 적도 있었지만 일단은 박현석의 말에 그저 맞장구를 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게 말이에요.”
“백진아, 애들 몸보신할 음식들을 최미숙더러 챙기라고 해. 몸이 상하면 안 되지, 특히 시연이.”
“네, 어르신. 아주머니를 만나면 바로 전하겠습니다. 아주머니도 홍선당에서 도와주고 있습니다.”
“휴...”
박현석은 혼자 식탁에 앉아 아침을 먹으며 혼잣말을 했다.
“정말 외롭구나. 이 넓은 벨리 가든에 사람이 더 많아야 즐거울 텐데...”
최미숙은 박성준의 전화를 받은 뒤 아침도 먹지 않고 사람들을 불러 홍선당의 마지막 준비를 했다.
“이 꽃보다 더 신선한 것은 없나요? 환자가 신선한 꽃을 보면 기분도 좋아질 거예요.”
집사들도 불평하지 않고 최미숙이 시키는 대로 했다.
이것은 박씨 가문이 고객을 맞는 기본 예의였기에 당연히 최고로 좋은 것을 내놓아야 했다.
“있어요. 정원에 가서 바로 꺾어 올게요.”
어느 정도 확인을 마친 최미숙은 휠체어가 통과하는 경사로도 다시 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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