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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박민정은 23년 만에 다시 만난 은가영이 이미 백골이 되었을 거라 생각했다. 병상에 누워 있는 그녀의 이불 위에 책이 널브러져 있었고 머리 위에는 링거가 꽂혀 있었지만 아픈 은가영은 묘한 정적인 아우라를 내뿜고 있었다. 이 아름다움은 온갖 시련을 겪고도 어떤 일이든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지금처럼 박민정의 갑작스러운 방문에도 은가영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고 심지어 미소를 지으며 ‘오랜만이야’라고 말했다. 박민정은 이를 악물었다. 은가영의 이런 담담함은 그녀가 평생 배울 수 없는 것이었다. 은가영은 무슨 일이 있어도 크게 울거나 웃는 일이 없이 항상 담담히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반면 박민정은 ‘은가영’, ‘안가인’이라는 이름만 떠올려도 초조해졌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예상하고 있었던 것에 확신이 생기자 오히려 마음이 평온해졌다. 박민정은 병실 안으로 들어간 뒤 병실 문을 잠갔다. “안가인이 진짜로 은가영일 줄은 몰랐네.” 안가인이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 “네 덕분에 이렇게 오래 잘살고 있어.” 박민정은 모든 일에 늘 극도로 담담한 은가영의 이런 반응을 싫어했다. 무슨 말을 해도 은가영에게 아무런 상처를 줄 수 없었다. 분풀이할 것이 없게 되자 박민정은 온몸에 무력감이 감돌었다. “진짜로 살아 있다니, 역시 의학 가문에서 자란 양녀답네.” 그렇게 강한 약물이었고, 남자는 치명적인 바이러스까지 가지고 있었는데 은가영은 23년을 살았을 뿐만 아니라 안시연이라는 자식까지 낳았다. 이것이야말로 기적이 아니겠는가! 안가인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네가 손을 쓴 것이라 예상했어. 정말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서연수의 장례식에서 내 물컵에 손을 대고. 하지만...” 잠시 말을 멈춘 안가인은 책을 접어 표시한 뒤 한쪽에 놓았다. “그날 밤 나와 같이 있은 사람은 네가 사주한 사람이 아니었어.” 박민정의 아름다운 눈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랬구나...” “하...” 박민정의 이런 수단을 매우 경멸하는 안가인은 코웃음을 쳤다. “네 머리로는 네가 사랑하고 믿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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