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화
최미숙은 병실 문 앞에 서서 안시연이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고 나서야 문을 닫고 돌아서 침대 위의 안가인과 시선을 마주했다.
두 사람 모두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가영 사모님...”
최미숙은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병상으로 다가섰다.
더 이상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던 탓에 눈물이 그녀의 뺨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오랜만이에요.”
안가인 역시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는 다시 기성시로 돌아오면서 과거의 인연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조심하며 일부러 이 병원을 고른 거였지만 그녀의 계획은 운명을 이기지 못했다.
딸인 안시연이 박성준과 결혼했으니 말이다.
최미숙은 안가인의 깡마른 손을 꼭 잡았다.
거친 손 위로 묻어두었던 감정이 파문처럼 번져갔다.
박성준의 집사인 그녀는 원래 냉정하고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안가인을 보니 세상을 먼저 떠나버린 사모님과 속세를 등지고 귀의한 옛 주인 그리고 평생을 외롭게 살아온 박성준이 떠올라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오랜 침묵 끝에 최미숙이 먼저 입을 열었다.
“사모님, 그간 어디에 계셨던 거예요?”
“안가인으로 개명하고 금성에 있었어요.”
“저는 남편분 성씨가 안씨 인 줄 알았어요.”
안가인은 고개를 저었다.
최미숙이 어떤 사람인지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23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박성준의 곁에 있다는 건 그녀가 서연수라는 사람에게 얼마나 충성심이 강한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안가인은 감추지 않고 솔직히 말했다.
“전 결혼하지 않았어요.”
“그럼 저희 사모님은...”
순간 여러 장면이 최미숙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자 그녀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부엌에서 잔을 휘저으며 싸늘한 미소를 짓던 박민정.
깊은 밤 벽을 짚으며 힘겹게 걸어 나가던 은가영.
그리고 갑자기 임신한 아내를 데리고 돌아온 박성준.
하나하나 떠올리자 퍼즐 조각들이 맞춰지며 진실이 명확해졌다.
최미숙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챈 안가인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박민정은 23년 전과 똑같은 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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