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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안시연은 사실 박성준이 진작에 이길 수 있었음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내내 박현석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맞춰주고 있었을 뿐이었다. 박현석은 자존심이 강해 상대인 박성준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을 꺼렸다. 그래서 안시연이 나서서 도와줌으로써 박현석이 이길 수 있도록 하고 그로 인해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박성준도 그녀가 바둑을 함께 두도록 허락한 것이었다. 박성준에게 승패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그저 할아버지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대화를 나누고 바둑을 두며 즐겁게 해드리는 것이었다. 박현석은 기분 좋게 사진을 찍고 바둑을 정리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배고파서 밥 먹어야겠다.” 살짝 이기고 즐거운 기분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지 괜히 계속 두다가 크게 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 박현석이었다. 안시연은 박성준이 식탁으로 향하는 것을 본 후에야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뒤를 따랐다. “시연아, 어머니 건강은 어떠시니?” 박현석은 식사 도중 갑자기 안가인의 건강 상태를 물었다. “기운도 좋아지셨고 안색도 이전보다 훨씬 나아 보이세요. 특실로 옮겨서 혼자 생활하실 수 있게 되니 환경도 조용하고 요양하기에 적합하다고 하셨어요.”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같은 가족끼리 필요한 것이 있으면 괜히 사양하지 말고 언제든 말하렴.” “네. 할아버지.” 안시연은 짧게 답한 뒤 시선을 내리고 묵묵히 식사했다. 그녀는 박성준과 또다시 시선이 마주칠까 봐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때 전희진이 말이 그녀의 뇌리를 스쳤다. “아이를 낳고 나면 더욱 수동적인 위치에 놓이게 될 거야.” 안시연은 어떻게 자신의 위치를 변화시킬지 알지 못했다. 그 고민 탓에 눈앞의 영양식을 먹고 있어도 아무런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때 문 앞에 있던 도우미가 다가와 입을 열었다. “어르신, 도련님. 윤정아 양께서 오셨습니다.” 박성준의 잘생긴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는 불쾌한 기색을 보이며 말했다. “식사 마치고 갈 테니 응접실에서 기다리라고 해주세요.” “하지만...” 도우미는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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