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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박현석의 말에 온몸이 얼어붙은 윤정아는 마치 심장에 날카로운 칼이 깊숙이 박힌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 박현석의 입에서 직접 안시연의 신분을 듣는 것과 숙모의 입을 통해 전해 들은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충격이었다. ‘성준 오빠가 결혼했다고? 숙모의 추측이 맞다면 그날 밤 성준 오빠와 같이 밤을 보낸 사람은 나여야 했어. 저 짧은 머리에 눈썹조차 정리하지 않은 여자가 아니라...’ 윤정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 여자가 성준 오빠를 빼앗아 간 거야.’ 박현석이 정식으로 소개했다는 것은 그가 손주며느리로 안시연을 완전히 받아들였다는 뜻이었다. 윤정아는 옷자락을 움켜잡고 감정을 억누르며 억지로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새언니.” 안시연은 허리를 곧게 세우고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굳이 저를 새언니라고 부를 필요 없어요. 보기에는 저보다 더 성숙해 보이는데 제가 정아 언니라고 불러야 할 것 같은데요? 그러니 고모님처럼 이름을 부르시거나...” 안시연의 시선이 은근슬쩍 박성준 쪽으로 향했다. 그녀는 입꼬리를 올리고 있는 박성준의 속마음을 알 수 없었다. 안시연은 심장이 순간적으로 덜컥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표정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애써 마음을 다잡으며 확실하게 덧붙였다. “사모님이라고 불러도 됩니다.” 윤정아가 비록 박성준을 오빠라고 부르고 있었지만 그녀에게서 새언니라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았다. 비꼬며 말하는 그녀의 모습은 오히려 박성준이 밖에서 만나는 내연녀처럼 보이기도 했다. 윤정아가 왔을 때 박성준이 불쾌함을 내비친 게 아니었다면 안시연은 윤정아의 수작에 넘어갔을지도 몰랐다. ‘무슨 연회 복장을 저녁에 와서 보여줘? 그것도 저녁 식사 시간대에. 다 핑계지.’ 윤정아의 눈에 비친 도발적인 시선과 서운함을 그녀는 똑똑히 보았다. 그녀는 자신과 박성준이 얼마나 가까운 사이인지 보여주면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고 싶었던 거다. 박성준은 시선을 거두고 손에 든 물컵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 마지막 한 숟갈까지 밥을 다 먹었다. 안시연도 윤정아의 다음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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