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이런 생각을 한 안시연은 가게 전체에서 가장 평범한 옷 하나를 가리키며 박민정을 둘러싼 세 직원에게 말했다.
“저거, M 사이즈로 줘요.”
살갑게 인사를 건네거나 쓸데없이 예의 바른 단어를 넣지는 않았다.
예의도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에게 베푸는 행동이었다.
세 사람은 웃긴 얘기를 나누는지, 일부러 비웃는 건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고 그들 중 누구도 그녀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아이고, 너무 재밌네.”
박민정은 예쁘고 정교한 찻잔을 들고 가볍게 한 모금 마신 뒤 가는 손가락을 까딱이며 거만하게 말했다.
“가봐. 부르잖아.”
박민정이 말하자 그제야 직원이 다가왔다.
상대가 다가오자 안시연은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스쳐 지나가는 곳마다 적지 않은 옷을 골랐다.
“이렇게 많이 사려고요? 돈 있어요?”
안시연이 골드 카드를 꺼내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한도 없어요.”
직원이 눈을 흘기자 그녀는 신이 나서 쉽게 구겨지는 원단으로 된 옷 몇 벌을 더 골랐다.
이제 막 두 벌을 챙긴 직원은 더 움직이기 싫었고, 안시연의 시선이 세 사람에게 향했지만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다.
보다 못한 성이진이 화가 나서 다가갔다.
“사모님, 제가 들게요.”
“아니요.”
안시연이 성이진을 말렸다.
이런 사람들은 약한 모습을 보일수록 더 잘난척한다.
세 사람은 연약한 안시연의 모습에 비열한 표정을 지었다. 고작 골드 카드로 잘난척하는 꼴이란.
이윽고 안시연이 교활한 미소를 지었다.
“그쪽 손에 들린 옷들 마음에 안 드네요. 방금 내가 말한 세 벌, 그리 저 재킷과 바지 두 개 맞는 치수 가져와요.”
세 직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안시연은 천진난만한 눈망울로 되물었다.
“제가 뭘요?”
도자기 찻잔을 든 박민정의 손이 멈칫했다.
“가져다줘. 마음에 든다면 내가 사줄게.”
조카며느리가 제법 재밌었다.
박민정이 말하니 어쩔 수 없이 움직여야 했다.
직원들은 돌을 들어 제 발등을 깨고도 아프다는 소리 한번 못한 채 조용히 일하러 갔다.
안시연은 드레스룸에서 천천히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