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화
안시연이 소리가 들리는 쪽을 돌아보니 박성준이었다.
문 앞에 그가 조영훈과 함께 서 있었다.
두 사람 뒤에는 정장 차림의 사람들이 따르고 있었는데 여직원들마저 반듯한 정장에 엘리트 분위기를 뿜고 있었다.
눈앞에 펼쳐진 장면에 문득 안시연은 전희진과 함께 겨울마다 이불을 덮고 누워 보곤 했던 드라마를 떠올렸다.
그 남주인공은 음악만 나오면 막 달리곤 했다.
다만 박성준은 애틋하고 다정한 남주인공과 달리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비록 여기서 박성준을 만난 건 우연이었지만 억울하게 당하기 싫었던 그녀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안시연이 달려와 박성준의 팔을 과감하게 잡으며 안쓰러운 어투로 말했다.
“할아버님 말씀대로 고모님이 나랑 옷 사러 나왔는데 여러 가게를 돌아봐도 마음에 안 든다고 했어요. 이 가게는 나한테 물도 안 주고 옷 입어보겠다고 해도 무시해요. 그러다가 내가 힘들게 혼자 드레스룸에서 옷 입어보고는 마음에 드는 게 없다고 했더니 고모님께서 시장에 가서 사자고 하시네요. 약속된 일정이 아니라서 그 쪽한테 말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세 직원은 그녀와 박성준의 다정한 모습에 놀라서 고개를 푹 숙였다.
뒤에 있는 한 무리 사람들도 그들이 옷도 못 입어보게 하고 물도 대접하지 않았다는 안시연의 말에 고개를 숙이고 식은땀을 흘렸다.
평범한 손님이면 또 모를까, 눈앞에서 그들 상사의 팔짱을 끼는 이 여자는 절대 평범한 손님이 아니었다.
그대로 팔짱을 끼고 일러바치는데 이게 먼 옛날 황제에게 고발하는 것과 뭐가 다르단 말인가!
그 말을 들은 박성준이 고개를 숙여 안시연에게 물었다.
“가고 싶어?”
“시장 좋죠. 마침 할아버님 옷도 몇 벌 사드릴까 해요.”
안시연의 큰 눈동자는 꿍꿍이가 있다고는 조금도 의심할 수 없을 만큼 순수하고 맑았다.
사람들은 헉 숨을 들이켰다. 박현석에게 시장 옷을 사준다는 건 박씨 가문 사람들의 체면을 깎아내리는 일이 아닌가.
시장 옷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말하는 게 의미심장한 거다. 누가 보면 장풍 그룹이 내일 당장 문 닫는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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