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장
김소연이 술집에 온 것도 나름 이유가 있었다.
낮에 겪은 일들이 떠올라 마음이 복잡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남자는 신경도 써주지 않았고 오히려 앙숙이 나서서 그녀를 도와주었다.
이런 생각에 속이 조금 상한 김소연은 냉소적인 태도로 말했다.
“네, 저 그래요. 그러니 도련님도 제발 제대로 된 룸메이트로서 절 무시하고 서로의 사적인 공간을 존중해주시는 게 어때요?”
남자의 분위기가 싸늘해지며 눈빛이 어두워졌다.
김소연은 그가 화난 것을 알아챘다. 그러나 채 반응하기도 전에 그는 그녀를 들어 침대 옆 서랍장 위에 올려놨다.
“엘, 지금 뭐 하는 거예요?”
몸이 흔들리며 균형을 잃자 김소연은 본능적으로 이강우의 목을 감싸 안았다. 떨어질까 두려웠으니 말이다.
남자는 그 행동을 이용해 그녀와 밀착하며 고개를 숙였다.
곧 그의 긴 다리와 그녀의 가냘픈 다리가 닿았다. 눈빛마저 뜨겁게 변해갔다.
“정말로 나랑 룸메이트 관계로 내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어?”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그녀의 턱을 들어 올리며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럼 내가 순수하지 않은 룸메이트가 뭔지 보여줄까, 응?”
그의 위압적인 태도와 벌을 내리려는 듯한 행동을 보며 김소연은 재빨리 몸을 비틀며 저항했다.
하지만 너무 가까이 붙어 있어서 그의 숨결이 더 거칠어지는 게 느껴졌다.
“뭐가 이렇게 급해?”
그는 여유롭고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김소연은 얼굴이 붉어지며 곧바로 고개를 돌려 정서우를 바라보았다.
혹시라도 그녀가 깨어날까 봐 불안했던 것이다.
엘의 목젖이 움직이는 걸 보며 시선을 피한 김소연은 작게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엘, 도대체 뭘 원하는 거예요? 밖에 나가서 얘기하자고요!”
“안 돼. 여기서 하자.”
그는 미소를 짓더니 그녀를 품 안에 단단히 가둔 채 위협하듯 말했다.
김소연은 그의 가슴에 엎드려 있었고 피부는 점점 붉어지고 있었다. 남자는 그런 그녀를 은밀히 살피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 말해 봐. 이번엔 또 무슨 일로 심술을 부리는 거야?”
‘지금 누가 심술을 부린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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