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장
비서는 자신이 모시는 대표가 슬쩍 넥타이를 풀며 매우 짜증 난 듯 만취한 여자를 들어 올리는 것을 바라보았다. 이강우는 불쾌한 표정으로 정서우를 멀찌감치 부축하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어디다 버릴까?”
“내가 위층에 스위트룸을 하나 잡을게요. 서우가 계속 자겠다고 해서요.”
김소연은 서둘러 길을 안내했다.
이강우가 김소연을 부축하며 올라가는 모습은 마치 쓰레기봉투를 든 것 같았다.
김소연은 자기보다 못한 엘의 모습을 바라보며 몰래 비서에게 불평했다.
“그쪽 대표님, 저렇게 결벽증이 심해요? 뭐, 안으면 죽기라도 한대요?”
비서인 김선재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대표님은 원래 여자가 가까이 오는 걸 별로 안 좋아하세요.”
그러더니 이내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사모님은 예외입니다. 대표님은 사모님을 안는 건 좋아하세요.”
김소연은 못 들은 척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얼굴이 뜨거워졌다.
‘그럴 리가 없잖아. 그건 그냥 저 사람의 본능적인 욕구 때문이지. 흥.’
룸에 도착하자 엘은 정서우를 침대에 던졌다.
김소연은 정서우에게 이불을 덮어준 뒤 화장실에서 젖은 수건을 가져와 얼굴을 닦아주려 했다.
그 순간 엘은 수건을 빼앗아 자신의 깔끔하고 단정한 셔츠를 털고서는 수건으로 손을 닦으려 했다.
김소연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엘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건 내 친구가 얼굴 닦아 주려고 가져온 수건인데요.”
“그럼 새로 하나 가져오면 되잖아. 소연 씨한테는 친구의 얼굴이 내 손보다 중요해?”
엘은 불만스러운 듯 냉랭하게 물었다.
김소연은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뭐? 서우 얼굴이 손보다 중요하냐고? 이런 말을 어떻게 이렇게 당당하게 할 수 있는 거지? 당연히 손보다 중요하지.’
김소연은 엘의 손을 힐끗 보았다. 길고 힘 있어 보이는 손가락이 아주 보기 드물게 완벽한 구조로 뻗어 있는 모습이 고상하기 그지없었다.
‘소문으로는 이런 손을 가진 남자가 여자를 아주 잘 만족시킬 수 있다고 하던데...’
김소연은 멍하니 엘의 손을 바라보며 자신이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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