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장
남자의 목젖이 위아래로 움직였다. 그녀의 부드럽고 작은 몸이 그의 품으로 가까워지는 순간 그의 숨소리가 무거워졌다.
차가운 눈매는 서서히 가늘어지며 그녀를 응시했다.
김소연의 볼은 점점 더 붉어졌다.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녀는 더욱 난처해졌다.
고하준은 이런 상황을 보고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형 마음이 이미 약해졌네. 이걸 보니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군.’
그는 고개를 돌려 김소연을 골려주려는 듯 비웃었다.
“뭐든지 다 해줄 수 있다고요? 김소연 씨가 자주 술집에 다닌다던데 그럼 춤도 잘 추겠네요? 형 기분 좀 풀리게 춤 한 번 춰봐요.”
김소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고하준을 향해 싸늘한 눈빛을 던졌지만 굳이 설명하지 않았다.
얇은 손가락으로 남자의 넥타이를 감았다. 그리고 눈을 떨군 채 낮게 읊조렸다.
“집에 가서 춤출게요. 엘, 이 정도면 충분해요?”
그녀의 은은한 향기가 남자의 코끝을 간질였다. 그녀의 나직한 목소리와 억울하지만 거부하지 못하는 태도는 그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남자는 그녀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문득 오늘 밤 그녀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위험했던 순간이 떠올랐다.
혹시 어디 다친 건 아닐까?
그는 결국 마음을 다잡았다. 아이가 걱정되니 적당히 벌을 준 셈 치고 마무리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남자는 거칠게 그녀의 턱을 잡고 짙은 눈동자를 들어 올렸다.
“계속 이렇게 눌러앉아 있을 거야? 일어나지 마?”
김소연은 그의 말뜻을 뒤늦게 깨달았고 가늘고 연약한 몸을 뒤로 물렸다.
그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그녀를 차갑게 흘겨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작은 손을 덥석 잡았다.
방 안의 모든 이가 그 장면에 얼어붙었다.
“형, 진짜 그냥 넘어갈 거예요? 자칫하면 형...”
고하준은 말하다가 남자의 냉랭한 눈빛을 보고 말을 삼켰다.
“왜? 네 앞에서 춤추게 할까?”
남자는 차가운 표정으로 쏘아붙였다.
“다 꺼져.”
고하준과 권수혁은 아무 말도 못 하고 방을 나섰다.
둘은 삼 형이 결국 김소연에게 넘어간 것을 목격하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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