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장
이지아는 강의동을 나온 후 바로 학교 정문 앞으로 걸어갔다.
“이지아.”
교문에 도착할 무렵 갑자기 부드러운 목소리가 그녀를 부르는 것 같아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고진혁이였다.
“이제야 돌아가?”
오늘 당직이라 조금 늦게 끝난 고진혁은 이지아를 기다리지 못할까 봐 걱정했는데 강의동을 나서자마자 그녀의 모습을 보았다.
이지아는 차가운 눈빛으로 고진혁을 바라봤다.
“날 찾았어?”
비록 몸 주인이 고진혁과 좋은 친구일지라도 그녀는 이전처럼 고진혁과 함께 지낼 수 없었다.
이지아에게 있어 고진혁은 단지 며칠 전에 알게 된 낯선 사람에 불과했다.
하지만 고진혁을 볼 때마다 몸 주인의 의식은 여전히 존재감을 드러내는데 이것은 몸주인이 고진혁에게 감정이 있었다는 것을 설명한다.
다만 운명의 장난으로 몸 주인은 고진혁에게 고백할 기회가 더는 없었다.
하교한지 얼마 되지 않아 교문 앞까지 가는 길에는 사람이 많았다.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여학생들은 고진혁이 또 이지아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저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었다.
“왕자님은 왜 매일 하교할 때마다 그 못난이를 기다리지? 정말 그녀에게 반한 것은 아니겠지?”
“설마... 왕자님이 눈이 멀지 않고서야 어찌 못생기고 뚱뚱한 데다 소년원에 다녀온 이지아를 좋아할 수 있겠어?”
“어머나, 왕자님이 뭘 하는 지 봐.”
고진혁은 여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가방에서 투명한 박스를 꺼냈다.
박스를 열자 안에는 크리스털 오르골 하나가 보였다.
“너한테 줄 게 있어. ‘엘리제를 위하여’, 네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야.”
말을 하면서 고진혁의 눈에는 예전에 이지아와 함께 지냈던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다만 그때는 그저 이지아에게 고마웠을 뿐이다.
그때 피아노를 배우고 있었던 이지아는 ‘엘리제를 위하여’라는 곡을 배운 후 제일 먼저 그에게 연주해주겠다고 약속했으나 정작 들려온 소식은 그녀가 도둑질로 소년원에 갇혔다는 것이었다.
당시 그는 이지아가 도둑질했다고 믿지 않았지만 그녀를 위해 사건을 뒤집을 방법이 없었고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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