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장
하지만.
유옥선의 말에 방 안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셋째 삼촌 가족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의기양양해진 반면 오연주의 얼굴은 잔뜩 일그러졌다.
유옥선이 그저 이지아를 이씨 가문에서 쫓아내려는 것이라면 별말 없이 받아들였겠지만, 명백히 친손자에게 편애를 보이자 화가 치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옥선에게는 감히 대놓고 반발할 수는 없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그 분노를 오롯이 이지아에게 퍼붓는 것이었다.
“이 쓸모없는 년! 평소엔 아무 쓸모도 없다가 이런 때만 고집부리고 난리야! 시험 결과가 나오면 어쩔 작정이야!”
오연주는 분노로 인해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지아가 자신 있게 1등을 할 수 있다고 허풍만 떨지 않았다면 입학 자리를 빼앗겨도 이렇게 분통이 터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마음속에는 이지아의 무모한 자신감에 대한 분노만 가득했다.
조규리는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웃음을 터뜨렸다.
“둘째 형님, 너무 화내지 마세요. 지아와 인연을 끊으시면 집에 여유 방이 하나 생겨서 드레스룸으로 쓰기 딱 좋겠네요.”
그러자 이석진도 차갑게 말했다.
“뻔한 결과가 보이는 내기 참 재미없네.”
“그러니까!”
이지율의 아버지 즉 이지아의 셋째 삼촌 이석진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형수님 덕분에 우리 아들이 운성고에 입학할 기회를 얻었네요. 지율아, 숙모한테 감사 인사해야지.”
“감사합니다, 숙모.”
이지율은 술잔을 들고 오연주에게 인사를 하며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의 행동은 오연주에게 명백한 도발로 다가왔다.
그러나 그녀는 차마 화를 낼 수 없었다.
이 순간 분노가 가슴에 가득 차올라 혈압이 오를 지경이었다.
“할머니, 저 학원 가야 해서 먼저 일어나 볼게요.”
이때 이유영이 적절한 타이밍에 자리에서 일어나며 유옥선에게 인사를 드렸다.
그러자 유옥선은 애정 어린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역시 우리 유영이가 철이 들었어. 그래, 얼른 가봐.”
“네, 할머니.”
이유영은 웃으며 고급 브랜드의 핸드백을 집어 들고 일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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