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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장

설은빈은 좋은 생각이 떠올라 눈빛이 음침해졌다. 다음 날 아침 자습 시간, 과 대표인 설은빈은 반 전체를 거느리고 영어 문장을 읽다가 일부러 긴 문장 한 편을 소정안에게 내밀었다. “이따가 네가 모두에게 시범으로 읽어줘.” 그러자 소정안은 고개도 들지 않고 바로 거절했다. “미안하지만 난 관심 없어.” 설은빈은 소정안이 겁을 먹었다고 생각해 더욱더 소정안에게 영어를 읽게 하려고 애를 썼다. 우리나라에서 영어를 배우는 데는 해외에서와 같은 언어 환경의 이점이 없기 때문에 많은 사람은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지만 발음 문제로 대화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없었다. 하여 설은빈은 소정안이 자신이 없어서 감히 용기를 내지 못한다고 단정했다. 하지만 그녀는 소정안이 제대로 망신을 당하길 바랐다. “안 돼. 너 이거 오늘 반드시 읽어야 해. 아니면 나 너 행동 점수 깎을 거야.” 그들에게는 행동 점수제라는 것이 있었는데 학생들은 모두 점수를 깎일까 봐 설은빈에게 잘 보이려고 애를 썼다. 그런데 소정안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태도다. “마음대로 해.” 소정안의 태도에 화가 난 설은빈은 자기의 ‘권력’을 제대로 행사했다. “소정안, 너 뭐야? 다른 애들은 모두 내 말 듣는데 왜 너만 특별하게 굴어?” 설은빈의 말은 소정안에게 딱지를 붙여준 셈이 되었다. 그러자 다른 학생들도 하나둘씩 행동을 멈추고 두 사람을 지켜보았다. 처음에 소정안은 그녀가 왜 자기에게 영어 문장을 읽으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집요하게 고집하는 걸 보니 이건 분명 질투에서 비롯한 것이고 점점 더 도를 넘고 있었다. “애들이 네 말을 따른다며? 그럼 다른 애들한테 시키면 되잖아. 왜 굳이 나야?” 그러자 설은빈은 쌀쌀맞게 대답했다. “너 새로 왔잖아. 한 번도 읽은 적 없고. 그러니 나도 네 수준은 알아야지.” 이유가 약간 빈약하긴 하지만 그럭저럭 받아들일 만했다. 설은빈이 계속 말했다. “오늘 읽으면 다음에는 안 시킬게.” 그러자 소정안은 가볍게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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