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7장
얼마 지나지 않아 엄시범은 술을 모두 부어버렸는데 술 향기가 풍기며 사람을 취하게 했다.
엄시범도 좋은 술이라는 걸 인식하였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술병도 바닥에 버리며 말했다.
"술로 소독하고 나니 공기도 맑아진 것 같은데 다들 생각은 어때요?"
엄시범이 의미심장하게 묻자 유정연과 유문성은 바로 맞장구를 쳤다. 엄시범한테 잘 보이기 위함도 있었고 지천무의 기세를 꺾기 위함도 있었다.
지천무는 웃으며 머리를 저었다.
"엄시범, 네가 한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할 거야. 이 술 반드시 원가 그대로 배상해야 해."
양민영은 바로 비꼬았다.
"하인들은 정말 하인이라니까. 주제도 모르게 쪼잔하지. 고작 쓰레기 술을 가지고 와서 배상하라고?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 있지?"
유정연은 무시하는 표정을 하고 있었고 나지혜도 화가 나서 말했다.
"지천무, 닥치지 못해? 아직도 창피 덜 당했어?"
유아린도 엄시범이 쪼잔하다고 생각되었다. 엄시범이 잘한 건 아니었지만 고작 술 한 병을 배상하라고 했으니 말이다.
유운철도 분노에 차서 지천무를 노려보며 말했다.
"천무 군, 지난번에 내 생일 잔치를 망쳐놓았잖아. 이번에도 그러면 절대 가만 안 둬!"
지천무는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
"지난번 일이 어떻게 된 건지 다들 잘 알잖아요. 지나간 일이니까 더 말하지는 않을게요. 하지만 오늘에는 내가 최상급 술을 가져왔는데 엄시범이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그걸 부어버리고 날 모욕했는데 내 잘못이라니, 우습지 않아요?"
"우스운 건 자네야!"
유운철이 분노에 차서 말했다.
"이렇게 고급스러운 장소에서 개도 안 먹는 쓰레기 술을 가져와서 일부러 나 화나게 하려는 거야?"
엄시범은 웃으며 말했다.
"할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저런 하인들한테는 술이 없어졌으니 마음이 아플 수 있죠. 저희가 이해하면 돼요. 제가 배상하면 되죠."
"역시 시범 도련님 통이 크시네요. 정연아, 너 아주 남자 잘 골랐어."
유운철은 유정연을 보며 뿌듯해했다.
할아버지의 칭찬을 받은 유정연은 아주 뿌듯해서 도발하는 눈빛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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