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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장

나는 짐짓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조 대표님의 여자친구라고요? 하지만 주 대표님께서 말씀하시길 조 대표님은 부인이 있다고 하셨는데요. 봉씨 가문의 자제분이 조 대표님의 부인 아닌가요?” 내 말에 조기찬의 얼굴에 있던 오만함에 약간 금이 갔다. “그건 제 개인적인 일이에요. 서은아 씨는 제 손에 있는 원자재가 재우 그룹의 급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윤주를 용서하고 사과해주시길 바랍니다.” “사과요?” 나는 놀란 표정으로 조기찬을 바라보았다. “지금 나더러 허윤주 씨에게 사과하라고요?” 조기찬은 갑자기 차가워진 표정으로 말했다. “내 손에 있는 원자재는 주 대표님이 꼭 필요로 하는 것입니다. 또한 이 원자재는 전국에서 나만 가지고 있죠.” “조 대표님께서는 계속 그 문제를 강조하실 필요 없어요.” 뒤에서 주현수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기쁜 마음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주현수는 긴 다리를 뻗으며 걸어 들어와서 말했다. “잘못한 사람은 허윤주 씨이기 때문에 서은아는 사과하지 않을 겁니다.” 조기찬은 본인을 과시하려다 주현수가 등장하니 한순간에 표정이 바뀌며 아부하는 모습으로 변했다. “주 대표님, 여긴 웬일이십니까?” “제가 오지 않았으면 조 대표님이 원자재 문제로 제 가족을 협박하는 걸 어떻게 알겠습니까?” 주현수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답했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주현수가 나더러 가족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나는 참을 수 없이 미소를 짓다가 노유진의 이상한 눈빛을 발견하고는 얼른 미소를 거두었다. ‘젠장!’ 나는 속으로 꽃미남에게 넘어가버린 자신을 꾸짖었다. “주 대표님.” 조기찬은 주현수를 한 번 보더니 마치 포기한 듯이 말했다. “이 일은 원래 서은아 씨의 잘못이에요. 두 회사의 협력을 위해 서은아 씨가 사과하도록 하세요. 저희가 지금으로선 갑의 입장이니까요.” “그럼 전 그쪽 회사와 협력하지 않을 생각이에요.” 주현수는 마치 공연이라도 하듯 큰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우리는 공정함을 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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