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장

“게다가...” 노유진은 가까이 다가와 비밀스럽게 속삭였다. “대세를 따르지 않으면 회사에서 어떤 소문이 도는지 알아?”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든 나는 걱정에 잠겼다. “이런 방식으로 내 신분을 공개하는 건 너무...” “너무 뭐?” 노유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나를 쳐다보았다. “서은아, 너 거리를 두고 싶어서 안달인 것 같은데, 주씨 가문 딸 신분을 밝히지 않으면 또 다른 신분을 얻게 될 거야.” “무슨 신분?” “재벌가에 시집가고 싶어 하는 주현수의 애인!” 마침 물을 마시고 있다가 노유진의 직설적인 대답을 들은 나는 사레들리면서 얼굴이 빨개졌다. “콜록, 콜록, 콜록!” 노유진은 황급히 손에 들고 있던 귤 조각을 놓고 내 등을 두드려 주었다. “뭘 그렇게 흥분해? 내가 보기엔 주현수 말이야, 분명 너한테 조금은 감정 있어. 네가 주씨 가문에 들어간 후의 행보를 보면 알 수 있거든?” 깜짝 놀란 나는 감정을 애써 숨기면서 되물었다. “어떤... 감정?” “어떤 감정이냐고?” 노유진은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면서 이상한 기류를 눈치챘다. “어떤 감정? 서은아, 너 지금 어떤 감정이냐고 물은 거 맞지?” 난 당황하면서 노유진의 시선을 피해 빠르게 침대로 가서 누웠다. “나 잘 거야.” 금요일. 이번 주말에는 뭘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무렵 전화벨이 울렸다. 엄마였다. 재우 그룹에 입사한 뒤로 나한테 거의 전화한 적 없었다. “여보세요, 엄마.” 나는 최대한 소리를 낮추면서 전화를 받았다. “은아야, 직장 생활은 어때?” “할만해. 엄마, 무슨 일 있어?” “아무 일도 없어.” 전화 너머에서 기분이 좋은 듯한 권희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번 주말에 집에 와서 밥 먹어. 현수도 올 거야. 엄마가 네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준비해 줄게.” “엄마, 나 주말에 방 보러 가야 해.” 난 조건반사적으로 단칼에 거절했다. 난 그놈의 별장에 가기 싫었다. “아저씨가 현수랑도 약속을 잡아놨어.” 권희주는 거절할 기회 따위는 주지 않았다. “널 본지도 오랜데 퇴근해서 현수랑 같이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