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장

주현수가 나를 부른 이유가 이거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의 말을 듣고도 나는 멍한 채 한동안 대답하지 못했다. 그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자, 얼떨결에 그와 눈이 마주쳤다. 그의 눈빛은 감정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차분하고 담담했다. ‘날 데려가려는 이유는... 혹시 내가 사고라도 치면 귀찮아질까 봐서겠지? 대기업 대표에게 시간은 곧 돈일 테니까. 사소한 문제로 나를 계속 신경 쓰는 건 부담스러울 거야...’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에도 나는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괜찮아요. 출퇴근길에 조심하면 되니까요.” 내 말이 끝나자, 그의 눈빛이 잠깐 흔들렸다. 마치 스쳐 지나가는 미세한 실망감처럼 보였지만, 너무 순식간이라 내가 제대로 본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왜 주씨 가문의 별장으로 돌아가지 않으려는 거야?” 주현수가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고, 나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조용히 대답했다. “돌아가고 싶지 않아서요.” 내 대답에 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기분이 좋지 않은 듯했지만, 그럴 만도 했다. 주현수가 화를 내면 진담 반 농담 반으로 사업계 절반이 떤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였으니, 그런 대단한 사람의 제안을 내가 거절했으니 불쾌해하는 것도 당연했다. 나는 속으로 그를 원망하면서도 반드시 전해야 할 말을 떠올렸다. ‘주씨 가문의 별장은 회사에서 가까운 곳에 있지만 그곳 대신 외딴곳에서 홀로 지내고 있다는 것은 아마도 본가 별장에는 마주하기 싫어하는 누군가가 있기 때문일 거야...’ 나는 깊은숨을 내쉬며 마음을 다잡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저씨 잘못만은 아니잖아요. 그렇게 고집부리시면 아저씨도 힘들어질 거예요. 저도 곧 졸업하니까 일자리를 찾고 안정되면 엄마를 데리고 주씨 가문을 떠날 거예요.” 말을 끝낸 후, 나는 그의 표정을 살피지 못했다. 내 기억 속에서 이 주제는 언제나 그의 금기였다. 이 문제를 언급하기만 하면 그는 무섭게 변하곤 했다. 하지만 예상했던 분노 대신 차 안을 가득 메운 건 묵직한 침묵이었다. 조심스레 고개를 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