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장
노유진과 장난을 주고받으며 투덕거리던 중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을 확인해 보니 주현수였다.
“누구야?”
노유진이 고개를 내밀어 화면을 보더니 주현수의 이름을 확인하자마자 나를 바라봤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노유진과 눈을 마주쳤다.
“받아야지.”
그녀가 내 팔을 툭 치며 말했다.
“빨리 받아!”
“그냥... 안 받는 게 나을 것 같아.”
내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고 무거웠다.
“안 받긴 왜 안 받아?”
노유진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주현수 씨 덕분에 함정에 걸려들지 않고 순조롭게 빠져나올 수 있었잖아! 이렇게 큰 도움을 받아놓고 왜 전화를 안 받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내 망설임이 지나치게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러나 전화를 받고 나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마치 목소리를 잃어버린 사람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수화기 너머에서도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노유진이 답답하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빨리 말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여보세요...”
나는 겨우 입을 열었다.
“목소리를 잃은 줄 알았네.”
주현수의 담담한 한마디가 허를 찔렀다. 옆에서 듣고 있던 노유진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어깨를 들썩였다.
나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노유진을 째려봤다.
“무슨 일이에요?”
나는 차분하게 물었다.
“단둘이 얘기할 수 있을까?”
주현수의 목소리는 여전히 낮고 깊었다.
“지금 학교 앞이야.”
그 한마디에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뭐라고요?”
“나와서 얘기 좀 하자.”
그의 목소리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단호했다.
나는 거절하려 했지만, 문득 주찬영의 당부가 떠올라 입술을 깨물며 생각을 정리한 후 말했다.
“알겠어요. 지금 준비하고 나갈게요.”
옷을 갈아입고 숙소를 나서자, 눈에 띄는 검은색 마이바흐 한 대가 주차되어 있었다. 주현수의 차임이 분명했다.
조수석 문을 열고 차에 올라타자 은은한 담배 냄새가 풍겼다.
나는 조수석에 앉아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또 말이 없네?”
주현수는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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