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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장

병원, 응급실. 의사는 고연화의 아랫배를 눌러보다 몇 가지 반응에 관해 물어본 후 간호사한테 다른 한의사를 불러와달라고 부탁했다. 연세가 좀 있는 한의사는 그녀의 맥을 짚어보더니 눈썹을 찌푸리고 옆에 있던 보호자에게 물었다. “요즘 환자분께서 보양식 같은 걸 많이 드셨나요?” “…” 허태윤은 집에 있는 시간이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여서 고연화의 평소 일상이나 음식 같은 건 잘 모르고 있었다. 정시후는 가까이 다가가 귀띔해 주었다. “대표님, 집사 말로는 요즘 여사님께서 하루 세 끼 꼬박꼬박 여러 가지 보신탕들을 끓여 고연화 씨한테 주셨답니다. 게다가 회장님께서 전에 수집해 두셨던 그 천년 인삼들까지 다 꺼내서 고연화 씨 몸보신용으로 사용하신 것 같습니다. 혹시 이것 때문이 아닐까요?” 한의사는 그 말을 듣고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아직 젊고 몸도 건강한데 쓸데없이 보양식을 그렇게 많이 드시면 어떡합니까? 보양식은 많이 먹으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어요. 내분비 기능 이상이 올 수도, 생리 기간이 앞당겨질 수도 있고요. 환자분께서 코피를 흘리고 생리통이 심한 것도 보양식을 너무 많이 섭취한 것 때문입니다.” 허태윤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럼 이런 상황은 어떻게 치료해야 하죠?” 한의사는 처방전을 작성하며 말했다. “큰일은 아닙니다. 일단 보양식부터 끊고 처방해 준 진통제 드시고요. 집에 돌아가서 물 많이 드시고 평소대로 식사 챙겨 드시면 됩니다.” 정시후는 처방전을 건네받은 뒤 약을 받으러 갔다. 고연화는 침대에서 일어난 뒤 힘없는 몸으로 발을 뻗어 신발을 신으려 했다. 겨우 신발에 발이 닿자 허리를 굽혀 뒤꿈치 쪽을 신으려고 했는데 아무리 애를 써도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신을 수가 없었다. “꼬마 아가씨, 도와줄까요?” 허태윤은 시선을 아래로 한 채 눈을 가늘게 뜨며 웃는 듯 아닌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고연화는 고개도 들지 않고 답했다. “괜찮아요. 혼자 할 수 있어요.” 말로는 센 척을 했지만 몸은 따라주지 않았다. 지금 너무 허약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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