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장
“얼굴에 핏기가 다 없는데, 괜찮기는!”
허 여사는 마음이 아팠다. 그녀는 옆에 서 있던 손주를 끌어당겼다.
“태윤아, 빨리 가서 연화 배 좀 만져주렴. 남자는 체온이 높아서 그렇게 만져주면 생리통이 좀 덜할 거다!”
허태윤은 미간을 찌푸렸다.
“…”
고연화의 창백한 얼굴도 굳어버렸다. 그녀는 손을 저었다.
“어… 괜찮아요, 할머니! 저 진통제 먹어서 많이 나아졌어요.”
허 여사는 그래도 고집했다.
“많이 나아졌으니 만져줘야지. 그렇게 하면 말끔히 나을 수도 있잖니.”
“할머니…”
고연화는 더 이상 거절할 핑계를 찾지 못해 허태윤에게 눈빛을 보냈다. 빨리 뭐라도 말하라는 뜻이었다.
허태윤은 안절부절 못하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니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걸렸다.
“할머니, 안심하세요. 온수 주머니 가져다가 찜질해 주든지 할게요.”
허 여사는 여전히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런 찜질이 어떻게 남편이 직접 마사지한 거랑 비교가 되겠어?”
여사님은 오늘 작정을 한 듯 보였다. 둘 다 얼렁뚱땅 넘어가기엔 그른 것 같았다.
허 여사는 뭔가 이상함을 눈치채고 물었다.
“태윤아, 연화야. 너희 부부 왜 이렇게 서로 어색해 보이는 거니? 하나도 부부처럼 안 보이는데. 설마 아직도 잠자리를 가지지 않은 거니?”
고연화는 순간 멍해졌다가 바로 웃으면서 해명했다.
“가졌어요! 할머니, 이미 몇 번이나 잤는데요, 저희.”
허태윤의 눈이 가늘어졌다. 꼬마 아가씨가 자신만만하게 허풍을 치는 모습에 입가에는 미묘한 웃음이 걸렸다.
“네, 맞아요. 몇 번은 했죠.”
여사님은 여전히 표정이 풀리지 않은 채였다.
“이미 잠자리까지 했으면서 배 좀 만지는 게 뭐가 그렇게 부끄럽다고? 태윤아, 왜 멀뚱히 서 있어? 빨리 와서 연화 배 만져주지 않고!”
할머니의 감시 아래 허태윤은 침대로 다가가 고연화의 옆에 앉았다. 그는 가까이 다가가더니 그녀의 귓가에 대고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꼬마 아가씨, 실례할게요.”
말함과 동시에 남자의 따뜻한 손이 여전히 통증이 있는 그녀의 아랫배 위에 덮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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