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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0장

강현월은 남자의 옷깃을 잡으며 나긋하게 말했다. “태윤 씨, 나랑 연화 씨는 이미 안면 텄어요. 역시 좋은 분이세요. 저도 연화 씨 좋아요.” 허태윤이 고연화에게서 시선을 거두고는 강현월을 내려다보며 낮은 소리로 말한다. “옷 갈아입으려고. 가족들 다 기다리고 있으니까 정비서더러 데려다주라고 할게.” 강현월은 아쉽지만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그래요, 전 먼저 돌아갈게요.” 남자는 짧게 응답하고는 미간을 찌푸리고 방금 고연화가 서있던 곳을 바라본다. 하지만 고연화는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허태윤과 강현월이 말하고 있을때 이미 계단을 올라가 방으로 돌아갔던 것이다. 둘 사이에 껴 있는건 별로 탐탁지 않았으니 말이다. ...... 방에 들어서자 마자 고연화는 누군가에 의해 방에 있는 물건들이 움직여졌음을 직감했다. 아저씨 방이긴 했으나 그녀가 허씨 가문에 들어온 뒤로는 줄곧 그녀가 사용하고 있는 방이었다. 아저씨는 자주 오지도 않았거니와 온다고 해도 샤워만 하고 소파에서 자는게 전부이니 방안에 놓인 물건들에 손을 댈 일은 드물었다. 청소를 도와주는 하인들은 다칠 엄두도 못냈지만 지금 옷장 위, 책상 위 물건들은 대부분이 움직여져 있다. 심지어는 침대머리 탁상등도 왼쪽으로부터 오른쪽으로 바뀌어 있었다. 침대 왼쪽에서 자는 습관이 있는 고연화는 늘 왼쪽 탁상등을 켜뒀지만 하룻밤새 오른쪽으로 바뀌어 있었던 것이다. 또한 침대 커버와 베개들은 주름진 곳도 없이 깔끔하게 정리된 걸 보니 방금 누군가가 정리한것 같았다. 설마 둘이 여기서 잔 건가? 생각해보면 말이 안 될것도 없었다. 자기 여자 데리고 자기 방에서 자지 아님 어디서 잔단 말인가? 불쾌해난 고연화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여긴 더이상 깨끗하지 않으니 손님 방에 가서 자야겠다! 문을 벌컥 열자 마자 크고 웅장한 남자의 그림자가 앞을 가로막는다. 고연화는 본능적으로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 고개를 든다. 가까이 보니 남자의 얼굴엔 피곤함이 더욱 선명해보였고 잔뜩 충혈된 두 눈은 한 잠도 자지 못했음을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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