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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64장

게다가 옆에 서수연이 떡하니 있는데도 건너뛰고 제게로 왔다는 건 누가 봐도 뻔한 거 아닌가? “있어, 있어!” 막 휴지를 주려던 임지혜는 갑자기 멈춰서 미안한 듯 고개를 돌렸다. “아 근데 준영아, 수연 씨 아직 있는 거 깜빡했네! 수연 씨한테 달라고 하는 게 낫지 않을까?” 그 와중에도 시선은 알게 모르게 서수연을 힐끗 흘겨보기까지 했다. 그녀의 싸늘한 눈빛을 마주한 임지혜는 무서운 척 강준영 쪽으로 주춤 물러섰다. 연기혼을 불태우는 그 모양새가 서수연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저 연기력으로 카메라 앞에 섰으면 더 난리가 났을 텐데. 다만 강준영은 눈동자를 살짝 움직이기만 할 뿐, 서수연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너한테 묻는 거잖아, 그냥 네가 주면 되지.” 그의 건조한 말투에도 임지혜는 더 의기양양해졌다. “그래, 잠깐만 기다려. 내가 저기 가서 가져올게!” 흘러넘칠 듯한 희열을 가까스로 누르며 임지혜가 가방 있는 쪽으로 달려갔다. 다들 자동으로 그녀에게 길을 터주기까지 한다. 여배우들은 종종 매니저에게 화장품이나 옷을 비롯한 여러가지들이 들어있는 보부상 가방을 맡겨두곤 한다. 임지혜가 자주 들고 다니는 건 강준영이 즐겨 입는 옷 브랜드다. 평소 차분하고 점잖은 타입인지라 그는 브랜드 로고가 찍혀있지 않는 것을 선호한다. 임지혜 역시 그의 눈에 띄기 위해 특별히 같은 브랜드를 구매하기 시작했던 것. 가끔 가다 같은 옷 한두 벌씩 사두면 그렇게 또 스캔들 거리가 생겨나는 거다. “임지혜 또 강준영과 같은 옷, 연말에 좋은 소식 들려오나” “부자들의 소박한 연애——” “여배우, 또 명문가 입성하나——” 이런 제목의 글이 올라올 때마다 할머니는 늘 한발 앞서 기사들을 내리곤 했다. 임지혜 쪽에서 무언의 동의를 하지 않았다면 어느 누가 함부로 이런 찌라시 기사를 기재한단 말인가. 손자와 어떻게든 엮이려 하는 그 시커먼 속내가 뻔히 눈에 보이는데. 하, 강씨 집안이 아무나 들어오는 동네 구멍가게도 아니고. 임지혜는 아직도 모른다, 그 노인네의 어딜 건드렸길래 그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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