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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장

흥분한 고설아가 그 외투를 잡고 물었다. "고연화, 솔직히 말해봐. 이 옷 어디서 났어? 네가 어찌 이렇게 비싼 옷을 입는 남자랑 만날 수 있지!" 고연화가 대수롭지 않게 그 옷들을 힐끗 쳐다보더니 말했다. "비싸? 어떤 아저씨가 ‘좋은 마음으로’ 빌려 준 거야. 나도 그 사람과 별로 안 친해!" 고설아는 세상 물정 모르는 듯한 그녀의 모습에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아 또다시 비꼬며 말했다. "내가 보기에도 네가 이런 고급 브랜드 옷을 입는 남자랑 알고 지낼 것 같지 않아! 깨끗이 세탁한 뒤 곧바로 돌려줘. 절대 주제넘게 그런 남자를 넘보지 말고. 무릇 품위 있는 남자라면 너 같은 촌것을 좋아할 리 없어!” 고연화는 개의치 않는다는 듯 피식 웃었다. "참, 언니 방금 내 질문에 대답 안 했는데. 언니 남편은?" 그 말에 고설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찌그러졌다. 그러나 고연화가 사정을 잘 모르는 듯싶자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크흠…. 어제 내가 임시로 마음이 바뀌어 결혼하고 싶지 않아 안 했어. 그래서 일단 아직은 싱글이야. 남편은 없어!" 고연화는 궁금한 듯 눈썹을 치켜세우고 물었다. "결혼하고 싶지 않았다고? 왜? 허씨 가문은 국내 제일 가문인데 언니 설마 국내 제일 가문도 성에 안 차?" 고설아는 별거 아니라는 듯 피식 비웃으며 말했다. "국내 제일 가문이 뭐! 나 고설아가 원하면 남자들이 내 손가락질 한 번에 쪼르르 달려오는데 뭘. 그 허씨 가문 도련님은 서른이 다 되도록 여자 한 번 사귄 적 없다던데, 몸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이 분명해. 어쩌면 밤일도 못 할지 몰라! 그래서 그가 아무리 내게 푹 빠져있대도, 아무리 내게 매달려도 그 사람이랑 결혼해 독수공방하고 싶지 않아!" 고연화는 우스운 마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언니 말이 맞는 것 같아. 그럼, 언니가 불행한 결혼생활을 피한 걸 축하해!" 짐을 다 싼 고연화는 아래층으로 내려가 고백천과 간단히 작별 인사를 한 뒤 트렁크를 끌고 저택을 떠났다. 고설아는 몰래 차를 몰고 고연화가 탄 택시를 미행했다. 그녀는 고연화에게 외투를 빌려준 그 남자가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보고 싶었다. 그런 고급 브랜드 맞춤형 옷을 입을 수 있는 남자는 적어도 몸값이 억대를 넘을 것이 분명하니 말이다. 어제의 그 웃음거리가 된 결혼식 때문에 그녀는 완전히 체면을 구겼다. ‘만약 이번 기회에 재벌가 남자를 만날 수 있다면, 분명 친척들과 친구들 앞에서 다시 위세를 떨칠 수 있을 거야.’ **** 택시는 옛 도시 구역에서 멈췄다. 고연화는 차에서 내려 트렁크를 끌고 길가의 한 작은 음식점에 들어가 음식을 주문하고는 혼자서 먹었다. 고설아는 멀지 않은 곳에 주차한 차 안에서 그녀를 비웃었다. ‘고연화 저것이 그렇게 비싼 고급 브랜드 옷을 빌려 입었기에 설마설마했는데, 결국 저런 작은 음식점에 들어가 음식을 먹고 있다니. 역시 송충이는 솔잎을 먹는 법이야!’ 그녀가 한창 웃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차창을 두드렸다. 고설아가 차창을 내려 보니 엄숙한 표정의 교통 경찰이 서 있었다. "여기 주차하면 안 됩니다! 당신은 이미 교통 규칙을 위반했으니, 지금 당장 운전면허증을 제시하고 감점 처벌을 받으세요." 고설아는 콧방귀를 뀌며 불복했다. "여긴 사람도 없는데 여기 세우면 어때서요? 나 연예인인데, 여기서 내리면 팬들이 알아 봐서 교통체증을 일으킬까 봐 대기 중이에요. 이것도 다 당신들 하는 일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거예요. 알겠어요?" 교통 경찰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당신이 누구든 이곳은 인행도로이므로 차를 세우면 안 돼요! 당신의 차가 불법주차를 했으니, 만약 계속 협조하지 않으면, 규정에 따라 당신의 차를 견인해 가겠습니다." "뭐요? 감히!" 고설아는 얼굴에 쓴 선글라스를 벗었다. "내가 누군지 잘 봐봐요! 내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수백만 명이에요. 내가 팬들에게 함께 민원을 넣으라고 호소하지 않게 조심해요!" 교통경찰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무전기로 견인차를 불렀다. 고설아는 너무 화가 나서 펄쩍펄쩍 뛰며 막무가내로 교통경찰과 말다툼을 벌였고, 지나가던 행인들이 몰려들어 그들을 구경했다. 그러나 그녀를 알아보는 사람이 몇 명 없었고, 모두들 그녀가 교양이 없다고 비난했다. 큰 망신을 당한 고설아는 더 이상 날뛰지 못했다. 견인차가 자신의 스포츠카를 끌고 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그녀는 문득 배불리 먹고 마신 고연화가 음식점에서 나오는 것을 보게 되었다. 중요한 볼일이 생각난 그녀는 차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녀는 다급히 구경꾼들을 헤치고 빠져 나와 고연화를 뒤따라갔다. 고연화는 옛 도시의 한 대형쇼핑몰에 들어가 모 고급 브랜드 매장의 옷들을 골랐다. 구석에 숨어서 관찰하던 고설아는 깜짝 놀라 두 눈이 휘둥그래졌다. ‘고연화, 역시 문제 있어! 아니면 저 애가 무슨 돈이 있어서 고급 브랜드 매장을 돌아다니며 가장 비싼 옷들만 고르냐고?’ 고연화가 옷을 다 고르고 나서 매장 반대편 문으로 나가자 지켜보던 고설아도 뒤따라가려 했다. 그러나 브랜드 매장의 점장이 매우 열정적으로 그녀를 맞이하며 길을 가로막았다. "고객님, 방금 고른 옷들은 이미 포장을 마쳤어요. 현금으로 결제하겠어요, 아니면 카드로 결제하겠어요?" 고설아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사람을 헷갈린 거 아니에요? 저는 지금 막 매장에 들어오는 길이에요!" 점장은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유명한 배우 고설아씨 잖아요? 방금 고설아씨 스타일리스트가 먼저 들어와서 고설아씨 사이즈에 맞춰 옷을 골라놨어요. 포장도 미리 해놓으라고 해서 이미 포장도 다 마쳤고요. 고설아씨는 결제만 하면 돼요.” 고설아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뭐가 뭐라는 거야! 저는 스타일리스트 없이 혼자 왔어요. 그리고 이 매장의 옷을 살 생각이 없고요!" 옆에 있던 점원들이 한데 모여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설마 비싸서 못 사는 것은 아니겠지?" "지금 입고 있는 옷도 이미 유행이 지난 재작년 스타일이잖아!” "다른 여자 연예인들은 우리 매장에 와서 돈을 잘만 쓰는데 고설아는 좀 궁상맞네. 듣자 하니 며칠 전에 은퇴했다던데. 주머니 사정이 안 좋나 봐…." 고설아는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누가 비싸서 못 산다는 거예요? 단지 스타일이 마음에 안 들 뿐이에요!" 점장이 사람 좋게 웃으며 대답했다. "고설아씨, 안심하세요. 이 디자인들은 모두 이번 시즌 최신형이에요. 유명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씨가 직접 디자인한 거라 매우 반응이 좋아요. 그러나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유감네요...." "누가 돈이 없다는 거예요? 저 돈 많아요! 카드로 결제해요!" 점원들의 수군거림은 체면을 중시하는 고설아를 자극했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카드를 긁었다. 수백만 원이 그냥 날아갔다. 그녀는 이 모든 것이 고연화 그 천한 년이 꾸민 짓임을 눈치챘다. ‘고연화, 고것이 내가 미행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어! 조금 전 교통경찰도 고것이 신고해서 온 것이 분명해! 고연화, 고 망할 년!’ 쇼핑백을 들고 고급 브랜드 매장에서 나온 고설아는 나는 듯이 달려 고연화를 뒤쫓아갔다. ‘고년더러 차를 찾아오고 돈을 갚으라고 해야지!’ 그러나 결국 한발 늦었다. 그녀는 백화점을 나오자마자 고연화가 또다시 택시에 오르는 것을 보게 되었다. 고설아도 얼른 택시를 잡아 뒤따라갔다. 이번에 고연화는 도심에 왔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그녀는 트렁크를 끌고 매우 멋들어진 옛날식 저택으로 들어갔다. 고설아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곳은 정말 땅 갑이 비싸기로 소문난 곳이었다. 이곳에 집을 지을 수 있는 사람은 모두 거물들이었다. ‘고연화 그 천한 년이 저렇게 버젓이 들어간다고? 설마 정말 대단한 자를 낚은 것은 아니겠지?’ 이때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달려와 그 옛날식 저택 입구에 멈춰 섰다. 조금 전 병원에서 링거를 맞고 돌아오는지라 그녀의 안색은 별로 좋지 않았다. 고설아는 누군가 오자 바로 다가가 말을 걸었다. "실례지만, 이 집에 누가 살아요?" 허윤진은 고설아의 그 유행 지난 옷차림을 살펴보더니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뭐 하는 사람인데 감히 우리 집 앞에 와서 함부로 캐묻는 거예요?” 고설아는 정신이 멍해졌다. 한정판 명품 옷을 입고 있는 허윤진 앞에서 그녀는 기가 죽어 난감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 저는 제 여동생을 찾으러 왔어요. 방금 그 애가 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봤어요…." 허윤진은 살짝 짜증이 났다. "당신 동생을 찾으러 왔다니? 당신 동생이 누군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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