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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5장

전혜숙이 입을 열자 사람들이 그녀를 쳐다봤고 신이서도 얼른 물었다. “둘째 고모, 우리 금고에 돈이 얼마나 있었는지 어떻게 알아요?” 전혜숙은 정곡이 찔린 듯 눈을 똑바로 보지 않았다. “대충 짐작할 수 있잖아. 어머니가 그렇게 오래 아팠는데 집안에 어떻게 이백만 원이 있겠어?” 김춘옥도 한마디 거들었다. “왜? 대충 짐작하는 것도 안 돼?” 신건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신이서, 너도 참 별것 아닌 거로 호들갑이구나. 할머니더러 들어오지 못하게 하니까 할머니가 자물쇠를 부서 들어올 수밖에 없잖아. 할머니가 자기 아들 집에도 못 들어가? 게다가 요 몇 년 동안 어르신을 부양한 적 있어?” 그 말에 신이서는 벌컥 화를 냈다. “엄마가 매달 협의서대로 돈을 보냈어요. 그게 부양이 아니면 뭔데요? 할머니가 우리 집에 오기 싫어하셨잖아요.” 그 말을 들은 신건우는 펄쩍 뛰었다. “증거 있어? 협의서라니? 노인 부양은 우리 세대가 같이해야 하는 거야. 협의서가 왜 필요해? 너희 집안은 너무 상식이 없어. 할머니가 계속 우리와 같이 살았다는 걸 너도 알고 있잖아.” 세 사람의 의기양양한 모습을 본 신이서는 그들이 합의서를 가져갔다고 확신했고 이젠 마지막 남은 증거마저 없다는 것을 알았다. 너무 맥이 풀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있을 때 송서림이 나서며 말했다. “뭔가 잘못된 것 같아요.” “여기서 당신이 말할 자격이 있어?” 신건우가 콧방귀를 뀌었다. “저는 이 집의 사위예요. 장인어른이 돌아가셨으니 당연히 사위가 모녀를 보호해야 하고요. 설마 집안에 남자가 없다고 괴롭히는 건가요?” 송서림이 되묻자 신건우가 입술을 오므리며 얼굴을 찡그리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김춘옥이 오히려 화를 냈다. “그럼 우리가 무슨 말을 잘못했단 말이야?” “우선 현재 이 집은 임대 상태이고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여러분이 전에 왔기 때문에 위층 아래층 이웃들이 증언할 수 있어요. 여러분이 이곳에 나타나서 유정인 부모님과 이야기하는 것을 직접 보았다고 했고요. 세입자가 들어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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