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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1장

그리고 누구보다 악착같이 살아남기를 원하며 손주 덕까지 꼭 보겠다고 했던 김춘옥은 자신이 하마터면 요단강을 건널뻔했다는 사실과 큰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고작 3초 만에 순순히 받아들였다. 이에 신이서는 속으로 코웃음을 치고는 서서히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 신찬영과 신가영은 김춘옥의 곁으로 다가와 그녀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 “할머니, 죽지 마! 내가 돈 많이 벌어서 꼭 호강시켜준다고 했잖아. 그때까지 살아있어야지!” “할머니, 나 결혼하는 거 보고 싶다며? 나 지금 남자친구 생겼어. 그러니까 내 결혼식은 봐야지.” ‘응? 남자친구? 신가영이 남자친구가 있다고?’ 신이서가 신가영의 말에 의문을 가진 그때 김춘옥이 자애로운 얼굴로 신이서를 향해 이리오라며 손짓했다. “이서야, 이리 와. 나는 너랑 더 이상 입씨름하고 싶지 않아.” “네.” 신이서는 별말 없이 순순히 그녀 옆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김춘옥이 신이서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할미가 바라는 건 따로 없다. 그저 신씨 가문의 대가 끊기지 않는 거, 딱 이거 하나밖에 없어.” “그거라면 걱정하지 마세요. 신찬영이 나중에 결혼해서 아이를 많이 낳으면 되니까요. 그리고 신씨 성을 가진 다른 친척들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대가 끊기면 어쩌나 하는 생각은 하지 않으셔도 돼요.” 신이서는 김춘옥이 원하는 말은 하나도 들려주지 않았다. 이에 김춘옥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가 금방 다시 표정을 풀었다. “다른 친척들 말고 찬영이가 걱정돼서 그래. 네 말대로 아이도 많이 낳아야 하는데 무슨 일이 생기면 안 되잖니.” “찬영이가 얼마나 건강한데요.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 그리고 앞으로 제가 누나로서 쟤가 밖에서 허풍을 떨고 쓸데없는 짓을 하지 않게 최대한 감시할게요. 그래야 좋은 여자를 만나 결혼도 하죠.” 신이서가 또다시 말을 돌리자 신찬영 남매가 심기가 불편한 듯 눈물도 멈추고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김춘옥은 다급하게 신이서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내가 이렇게 된 게 다 네 잘못이기는 하지만 책임은 묻지 않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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