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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5장

손정숙은 국내에서 태어났지만 유학 후에는 계속 해외에서 살았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 그녀의 마인드는 외국 사람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결혼을 강요하는 건 비정상이고 진부한 것이라 생각했다. 딸과 아들 모두 배 속에 열 달을 품고 낳은 자식인데 스스로 자기 삶을 결정하게 해야지, 절대 강요해선 안 된다고 여겼다. 그런데 눈앞의 이 여자가 앞날이 창창한 아들에게 평범하기 그지없는 여자와의 결혼을 강요했을 줄은 몰랐다. 손정숙의 눈에 양라희는 신이서보다 훨씬 더 나은 여자였다. 누가 양라희와 결혼하면 아주 땡잡은 거라고 생각했다. 만약 그녀에게도 아들이 있었다면 무조건 양라희와 결혼시켰을 것이다. 어쨌거나 결혼은 현명한 여자와 해야 하니까. 양라희의 한마디에 전수미를 대하는 손정숙의 태도가 확 바뀌었다. 전수미가 시대에 떨어진 진부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수미의 얼굴을 보면 자꾸만 어디서 본 듯 낯이 익었다. 생김새가 평범했더라면 흔하디흔한 대중적인 얼굴이라고 했겠지만 전수미는 또래보다 훨씬 더 젊어 보였고 게다가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있었다. 아무리 봐도 자꾸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여 손정숙은 전수미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성질을 죽이고 조용히 지켜보았다. 그때 용진숙이 입을 열었다. “됐어, 됐어. 다들 그만 앉아서 차 마셔. 서림아, 이리 와.” 용진숙이 송서림을 향해 손을 흔들자 송서림이 다가와 말했다. “어르신.” 그 순간 용진숙은 의아한 눈빛으로 송서림을 쳐다보았다. ‘평소에는 할머니라고 부르더니 오늘은 왜 갑자기 어르신이지?’ 송서림의 시선을 따라 신이서를 본 용진숙은 대충 뭔가 눈치채고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오랜만이야. 요즘 잘 지낸다며?” 송서림이 덤덤하게 대답했다. “그럭저럭요. 어르신은 잘 지내시죠?” 용진숙이 한숨을 살짝 내쉬었다. “나야 그냥 그대로지, 뭐. 이리 와. 이서랑 같이 내 옆에 앉아.” 그녀의 말에 신이서는 송서림의 눈치를 살폈다. 그녀는 재벌들은 앉는 자리를 매우 중요시한다는 걸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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