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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4장

양라희가 말을 어찌나 잘하는지 누가 들어도 기분이 좋았을 것이다. 그녀는 말하면서 바로 진주 목걸이를 목에 걸었다. 심지어 용진숙에게 애교를 부리면서 물었다. “어르신, 예뻐요?” 그러자 옆에 있던 손정숙이 재빨리 말렸다. “라희 씨, 버릇없게 굴면 안 되죠. 어르신이 주신 건데 예쁘지 않을 리가 있겠어요?” 양라희는 입을 가리고 민망한 척했다. “죄송합니다, 어르신. 저희 할머니 같아서 저도 모르게 가까워지고 싶었나 봐요. 평소 할머니한테 이렇게 얘기하거든요.” 그녀는 아주 자연스럽게 용진숙과의 관계를 가까이했다. 양라희의 이런 말재주는 정말 인정이었다. 그 모습에 용진숙이 활짝 웃었다. “가족과 사이가 아주 좋은가 봐.” “네. 저희 부모님이랑 할머니 할아버지 다 건강하세요. 절 엄청 예뻐하시거든요. 부모님은 제가 하나밖에 없는 딸이라면서 평생 지켜주겠다고 하시는데 제가 다 쑥스럽더라니까요.” 양라희가 우쭐거리며 말했다. 사실 그녀는 가정이 화목한 걸 보여줘서 용진숙의 호감을 사고 싶었다. 그런데 이 말이 용진숙에게 큰 상처가 됐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용진숙의 눈빛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 용진숙을 본 신이서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아팠다. 아무래도 어머니 생각이 난 모양인 듯싶었다. 신이서는 아직도 청산유수와 같이 말을 쏟아내는 양라희를 뒤로 한 채 용진숙에게 아무 말 없이 차를 따라주었다. 용진숙은 멈칫하다가 신이서를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신이서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은 듯 보였다. 사실은 신이서를 보고 있지만 자기 딸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손정숙이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며 신이서를 호통쳤다. “이서 씨, 어르신이 지금 라희 씨랑 얘기 중인데 끼어드는 건 좀 너무 예의 없지 않나요?” 그러자 양라희가 바로 말했다. “괜찮아요, 사모님. 자주 있는 일인데요, 뭐.” 신이서가 그녀를 자주 괴롭히기라도 한 듯 무척이나 억울한 모습이었다. 손정숙이 나서서 불만을 얘기했다. “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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