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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0장

신이서도 한숨을 내쉬었다. “저도 혜지 씨가 이해가 안 돼요. 도대체 어떻게 견뎌냈는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자신도 그런 말을 할 처지가 아닌 것 같았다. 과거 고운성에게 가스라이팅 당했던 시절에 자신도 남들 눈에 바보로 보였을 것이다. 역시 본인보다 옆에 있는 방관자들이 더 정확히 꿰뚫어 보는 법이다. 유정인은 어쩔 수가 없다는 듯 말했다. “불안정한 감정을 표출하는 사람 옆에 있는 사람들도 마음이 불안정할 거예요. 지금 두 사람이 잘 지내는 건 혜지 씨가 다 참고 맞춰줘서 그렇지, 만약 혜지 씨가 그러고 싶지 않으면 두 사람의 관계가 완전히 무너질 거예요. 난 마지막에 임시후 씨가 혜지 씨를 놓아주지 않을까 봐 걱정돼요.” 임시후가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을 때부터 그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주장을 받아주고 맞장구 쳐주기를 바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너무 젊어. 정말 너무 젊어. 여기가 학교도 아니고.’ 학교에서는 자기 주장을 내도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있지만 현실 사회에서는 잘생긴 사람들도 백수가 되는 마당인데 말만 잘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어느새 도혜지는 한 주얼리 가게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이렇게 고급스러운 쇼핑몰에 이런 골동품을 파는 가게가 있다니... 이서 씨, 어르신께 선물을 사드리고 싶다고 하지 않았어요? 들어가서 한번 둘러보면 뭔가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신이서는 용진숙을 처음 본 날을 떠올렸는데 그때 용진숙은 머리에 옥 비녀를 꽂고 있었다. 그 비녀는 용진숙의 자상하고 우아한 기질과 특히 잘 어울렸다. 하지만 신이서는 용진숙의 옥 비녀만큼 비싼 옥을 살 형편이 되지 않았지만 그냥 구경만 하는 건 아무런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둘러보기로 했다. “좋아요. 그럼 들어가서 보죠.” 문을 열고 들어가니 가운데에 수조 수경이 있었고 물줄기가 흐르고 그 안에 연꽃과 금붕어가 있었다. 사업가들은 물을 재물로 여겼기 때문에 이 장식은 재물을 불러들일 뿐만 아니라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가게 주인이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앞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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